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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l 05. 2018

너의 침묵

내 가슴으로 스민 
너의 기다란 침묵 
짧은 환희를 떠올리는
희미한 얼굴, 낯선 감촉

너는 고요히 그림을 그렸지
사람들이 모두 떠난 
철 지난 공원의 무심한 그늘을
영영 잠들지 못하는 저주를 당한
고개 숙인 가로등의 인사를

무수한 대낮, 침침한 밤
두 가지 환영을 기억하지 
너는
피지 못한 아프로디테의 미소
붉은 마법에 숨을 거든 아도니스의 슬픔

차가운 네 손은 갈라지고 
뜨거운 심장 앞에서도
몸은 차갑게 식어가고
너의 손목은 점점 빛깔을 잃어가나니

모자란 균형을 맞출 수 없고 
다수에게 침묵뿐인 꿈과 일상

각자 가야 할 길
지혜를 찾는 풀린 다리
그래도 걸어야 하는 운명
초신성의 마지막 몸부림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파란 대낮
외롭다는 너에게 기대어
몇 글자를 흰 종이에 고요히 쓴다

두 가지의 위험을 경계하지
해독할 수 없는
너의 글자는 어디에 피어 있을까
거짓으로 물든 세상에서
숨 쉬어 볼 수 있을까 
그러다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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