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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Sep 07. 2018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의 기로에서

당신의 세계에서 몰입할 수 있는 가치

 ‘하고 싶다’는 ‘하다’라는 동사와 ‘싶다’라는 보조 형용사가 결합된 문장이다. ‘하다’는 사람이 어떤 행동이나 작용을 이루다는 뜻이고, ‘싶다’는 앞말인 ‘하다’가 원하는 마음이나 욕구가 실현됐으면 하는 것을 나타낸다. 반면에 ‘하기 싫다’는 ‘싫다’라는 동사가 형용사 ‘하다’와 같이 쓰여 마음에 들지 않은 것에서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들어 있다. 인생은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의 싸움이다.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미래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 지금 ‘하기 싫은 것’을 하며 살고 있다. 현재의 행복을 담보로 미래를 꿈꾸며.


 하기 싫은 것은 사실 생존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하기 싫은 것은 먹고살기 위해서 해야 하는 ‘직장인의 운명’과 같은 형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이 보람되고 목표를 실현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일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돈의 맛에 길들여진 우리는 ‘하기 싫은 것’의 더 깊은 포로가 된다. 인생을 살면 살수록 하고 싶은 것은 사치가 되고, 하기 싫은 것에 어느새 쉽게 적응이 되어 간다. 



 김영하 작가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사치”라고 말했다. 또한 “기성세대는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하라고 쉽게 말하지만 요즘 세대는 현재에 머물러 있기도 힘들다.”고도 말했다. 김영하 작가의 말대로 하기 싫은 일만 죽도록 하다 인생이 끝날 확률이 더 높다. 노력하면 성공하는 시대는 과거에 이미 끝났다. 삶은 아무리 절실한 마음을 먹고 노력을 한다 해도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김영하 작가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 “당신도 한번 해봐.”, “어렵지 않아, 하면 되는 거야.”, “나만 따라오면 돼.”라고 유혹한다. 단지 그들에겐 우리에게 없는 운이 더 따랐을 뿐이다. “그들이 우리보다 더 노력을 했다? 그들은 준비된 사람들이다?” 이런 이야기는 모두 그들의 성공한 결과를 두고 과거를 추적하여 현재에 끼워 맞추는 행동에 불과하다. 성공하지 못한 결과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더 시간을 투자하면 될 것처럼 속삭이는 성공인의 이야기가 싫다.


 ‘하고 싶은 것’에 대하여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 ‘하고 싶은 것’은 즐거움과 재미를 보장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무기인 부와 함께하기는 좀 어려울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진정으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것’을 거부하지 않고 맞서는 삶이어야 한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어떤 곳이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삶을 살 때, ‘하고 싶은 것’은 빛을 잃지 않고 우리를 기다려준다. 



 문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다. 그것이 우리의 문제라면 맞을지도. 그래서 어떤 노력이든, 방법이든 따라다니고 배우고 또 찾아다닌다. 그것이 자신에게 맞는 길이라 착각하고 자본과 시간을 쏟아붓는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여러 가지 욕망을 동시에 건드린다. 자신이 슈퍼히어로처럼 멀티로 뛰어도 끄떡없다고 과신한다. 그리고 자신은 넓은 도메인 지식을 가졌다고 자랑한다. 그럴 때마다 욕심은 과다한 용기로 포장이 되는데, 어느 한 가지도 놓치기 싫다는 마음만 앞서게 된다. 그것은 여러 우물을 파보는 기질과 비슷하다. 한 가지만 팠다가 망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가지 분야의 장인이 된다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건드려서 그중에 하나라도 걸렸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나도 그런 사람이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재능을 지녔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한 가지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성격인 것이 더 맞다. 그럼에도 그런 단점을 알면서도 바꾸지 못한다. 인간은 대부분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질을 버리고 자꾸 무엇으로 바뀌어보겠다고 시도할 때마다 ‘나’라는 존재는 희미해진다. 나라는 존재가 희석되고 죽을 것 같기 때문에 결국 못 바꾸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에 ‘애자일 Agile’이라는 기법이 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너무 거창한 목표를 세우다 보니 그에 맞게 계획과 개발 방법도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지나치게 자세한 개발 방법과 즉흥적인 개발 방법론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기 위해서 나온 것이 애자일 기법이다. 애자일 기법은 실현하려는 목표를 점진적으로 완성한다. 한꺼번에 완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작은 모델부터 만들어보고 문제점이 있다면 수정하여 그다음 단계로 다시 진행하는 기법이다. 하고 싶은 것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도 애자일 기법과 비슷하다. 커다란 목표부터 욕심내려 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만을 하며 살 수는 없는 세상이다. 하기 싫은 일도 때로 웃으며 해야 하는 세상이다. 다만 과정에는 고통이 따를 것이다. 두려워하거나 뒤로 물러설 필요는 없다. 한 단계씩 진행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하기 싫은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으로 삶이 더 채워지지 않을까?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추상적인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보자. 그래서 그것들에 집중하고 버릴 것은 버리자. 이것도 선택과 집중이다. 인생은 선택과 집중의 연속이니깐, 그렇게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당신의 세계에서 몰입할 수 있는 가치를 찾기 바란다.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삶을 살다 보니 하기 싫은 리스트가 여백을 꽉 채운다.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하기 싫은 운명에 더 익숙해져야 함을 깨닫는다. 마음에 여유를 좀 채워야 한다. 우리는 모두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을 저울에 매달고 이리저리 재는 삶을 산다. 다만 당신은 지금 후보를 벗어나 주전이 되기 위해 균형을 맞춘다. 아슬아슬 무너지지 않기 위해 어떤 것은 단념하고 어떤 것은 가슴에 품기도 하면서. 그리고 천천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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