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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28. 2018

말과 당신이라는 이상한 액체

김소연 시 필사

말에도 생명이 있어서 그것의 생과 사가 사전에 결정된 건 아닐까. 우리가 내뱉는 대부분의 말들이란 생명체의 자발적 의지로 탄생된 것들이다. 말은 '나'라는 존재에게 연결된 셈인데, 내가 살아있으므로 말도 같이 삶을 얻은 것이다.

가끔은 어떤 말을 주고받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다. 말은 내가 생산한 게 맞지만 자의적이지 않은 것이다. 말이란 뇌라는 복잡계에서 생산한 흐름이자 논리적 체계인데, 감정을 상실하면 의도하지 않은 말들이 뿜어져 나온다. 그 말은 살아있으나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서 타인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할 거라 치부하지만, 그 말이 바윗덩어리가 되어 타인의 심장을 찍어 누르고 종국에는 영혼을 빼앗는 부패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피해 의식이 영혼을 지배하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말도 억눌린 감정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다. 감정의 방향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응어리가 터지고 상처는 곪는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 것처럼 보이지만, 잠시 속살을 감추었을 뿐이다. 언제든 상처는 다시 벌어지고 피는 철철 흐를 것이다.  

시의 언어는 그런 것이다.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내도록 하는 것. 아픔이 외롭지 않도록 신선한 공기를 쐬는 것. 아픔의 길을 우회하지도 감추려 하지도 회피하려 하지도 않는다. 상처는 말 때문에 깊어지기도 낫기도 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아니 시를 쓰는 이유는 억압된 세계, 본능적으로 감추려는 자의식의 세계를 세상에 내보이려는 욕망의 결과다. 나를 솔직하게 표현할수록 말이란 것은 더욱 부드럽고 유순해진다. 순한 말은 물론 깨끗한 언어인 글을 만드는 토양이 된다.

말이 생명을 얻어서 당신에게 닿으면 그 말은 내 소유가 아니다. 생각의 세계에 갇힌 말은 말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말이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공감이 필수가 된다. 공감은 나와 당신이 하나의 길로 연결됨을 설명한다. 그 길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당신과 나는 영원한 관념적인 존재로서 하나가 되는 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khB3fMdZ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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