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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Nov 18. 2018

스쳐 지나가는 단상들 #6

그리움을 앓는 시간

옷장에서 두꺼운 외투를 꺼내다 말았다. 창밖에서 바람이 매서운 눈초리를 나를 쏘아봤지만, 몸은 자신이 왜소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할 듯 먼저 얼어붙으려 했다. 움츠려들면 몸은 알아서 비겁한 소리부터 내밀었다. 무겁고 예민했고 어두웠다.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고요의 발성이 가득 차 있었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검고 깊은 세계의 안식이었다. 시간은 희미하게 반응했지만 검은 불빛이 격한 환영의 메시지를 안겼다. 태양이 비스듬하게 기울인 채 굶주린 듯 세상을 하나씩 하나씩 집어삼키고 있었다. 잿빛으로 흰색으로 세상이 흔들렸다. 


전날의 무리 때문이었을까? 잠이 오지 않아 새벽바람이라도 맞으면 의식이 찾아와 정신 차리라며 등이라도 한껏 두들겨 줄 것 같았다. 하지만 두려웠다. 이 순간의 고독을 뺏길 것 같아서…… 고요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글 한 편을 꼭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차분한 감정선이 말하는 의미를 남겨야 했다. 


답은 여전히 구하기 어렵다. 꺼내 든 선택지마다 틀렸다며 핀잔을 던진다. 그래, 나는 이 새벽을 메우는 침묵의 연주라도 혼자 벌여야겠다. 어차피 도시엔 오답들 투성이가 아닌가. 꾸부정한 몸뚱이를 일으켰다. 아침 바람을 들이마셨다. 더러운 것들이 쓸려나가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단지 빛, 바람, 나라는 존재 외에는 움직이는 물체가 없었다. 드문 불어오는 아침 숨소리가 나지막한 노래를 부를 뿐이었다. 혼자 남은 까마귀가 날아올랐다. 번쩍 날갯짓을 하며 새벽을 깨웠다. 하늘엔 까마귀의 울음이 가득했다. 빛을 뚫을만한 기세는 아니었다. 그 역시 새벽에 내린 이슬을 몇 방울로 목을 잠시 축였을 뿐이리라.


길가에는 누군가 밤새 흘린 울음들이 누워있었다. 그것 들을 밟고 지나갈 때마다 지워야 할 망령들이 내 가슴에 포개어졌다. 울분은 소리도 없이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귀를 막아도 가슴을 쥐어짜도 의식은 점점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내가 가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새벽 거리에는 가끔 혼자 배회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새벽마다 떠오르는 어떤 상징이 그들에게도 있었겠지. 공기 중에 어떤 이름을 잠시 새겨놓거나 낯선 식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그들이 그리움을 앓는 의식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L-HyB4OH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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