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재발견
'이런 젠장', 또 지나가고 말았다. 이번 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통과다. 학창시절에 지금 독서하는 것처럼 열공했으면 나라를 빛낼 위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다가 지각하는 거 아냐?' 에라 모르겠다. 임원 정도 됐으면 지각 정도는 상관없는 거 아냐? 그래도 서둘러야 한다. 복정역은 다행히 선로가 양쪽에 있다. 하차했다가 재빠르게 승차하면 그뿐이다.
사건의 발단은 《1만 시간의 재발견》 을 리디 셀렉트에서 다운로드한 것에서 출발했다. 아, 1만 시간의 저주란 말인가? 이 책은 제목만으로 나를 홀렸다. 오호, 그래? 1만 시간의 법칙에 관한 비밀을 낱낱이 캐주겠다는 거지? '노력'이 왜 우리를 배신하는지 원리를 깨닫게 해준다는 거지? 이런 책이야말로 지하철에서 집중…… 졸기에 딱이지.
리디북스가 얼마 전 셀렉트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달에 6,500원만 결제하면 무제한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결제일이 돌아올 때마다 문자메시지에 흠칫 놀란다는 부작용 빼놓곤 별일은 없다. 회사 근처 테이크 아웃 커피점의 아메리카노가 한 잔에 1,500이니 눈 딱 감고 4잔 덜먹고 500원 저축한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나에겐 1회용 인스턴트커피가 있으니까.
덕분에 꽤 많은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스마트폰 앱만 실행하면 된다. 노안 때문에 다소 침침하다는 것만 빼면 별다른 문제는 없다. 셀렉트 홍보 대사 노릇하려고 글 쓴 건 아니니까, 암튼 출퇴근 시간을 요긴하게 써먹게 됐다. 지하철과 버스를 합쳐서 편도 4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이거 산출해보니 일주일에 적어도 두 권 이상의 책을 읽고 있었다. 한 달에 반올림하면 10권 정도는 읽는 셈이다. 기적 같은 일이 아닌가. 일 년에 10권 읽기도 힘들었는데, 한 달에 10권 가까이 읽고 있다니 천지가 개벽할 일이다.
내려야 할 정류장을 통과해버리는 사건까지 종종 벌어지고 있어도, 그만큼 집중하는 걸 방증하는 셈이니 결과가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을지도. 내일은 《1만 시간의 재발견》을 완독해야겠다고 다시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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