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체스 해변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방문했다. 정해진 동선을 따라다니느라 우리는 경황이 없었다. 남들과 같은 뷰로 파밀리아 성당을 담았고, 구경꾼처럼 우르르 몰려가 수도원(몬테라스) 앞에서 옆 사람의 포즈를 따라 했다. 가우디의 시선을 따라가기에도 소년 성가대의 합창에서 감동을 느끼기에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다 딱 하루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아울렛 쇼핑을 할 것인가, 바르셀로나 경기장을 가볼 것인가, 무성한 관광객의 말들만 폭주했다. 난 스페인 사람이 오가는 현실을 보고 싶었다. 그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차분하게 관찰하고 싶었다. 구글 맵을 따라 정처 없이 골목길을 헤매보기로 했다. 골목은 사람 사는 냄새를 끝도 없이 풍겼다.
무엇이라도 찾는 사람처럼 나는 걷고 또 걸었다. 벽은 유난스러운 색으로 빛나 더 각별했다. 골목과 도저히 이별을 나눌 수 없어 겨우 한 모퉁이를 지나치면 하늘은 새로운 무대인사를 보냈고, 벽은 다른 색으로 마중을 나오기도 했다.
나는 마주 걸어오는 누군가와 반가운 눈인사를 나눴다. 어떤 이는 나에게 이곳이 썩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는 눈치 같았다. 그럴 때면, 나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황망히 자리를 떠야 하는 사람이라고 변명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슬쩍 사라지려고만 했다. 골목은 낮과 밤, 제각각 다른 옷으로 여행자를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