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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r 24. 2019

오늘, 당신의 감정 날씨는 어떤가요?

3/18(월) ~ 3/24(일) 정리

일주일 전, '오늘, 당신의 감정 날씨는 어떤가요?'라는 감정을 담아 짧은 글을 쓰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소수의 인원이 참여하고 있어요. 하루 동안 느낀 감정을 각자 밤마다 정리하고 있죠. 그날의 감정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짧은 글로서 표현하지만, 감정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네요. 다른 분들의 글은 개인 정보가 포함되어 제 글만 추려봤어요. 감정 그래프라는 걸 만들어서 추이를 살펴보기도 했고요. 주관적이지만 행복 지수를 넣어보기도 했죠.


감정에 따른 행복지수


날짜에 따른 행복 지수 곡선


3/18(월)

몇 주 전 총괄 임원에게 퇴사를 통보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걸리긴 했지만, 2달이면 정리될 거라 믿었다. 그만두더라도 진행 중인 일은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게 개발자의 도리가 아닌가. 회사는 개인을 책임지지 않는데, 나는 회사를 위해 마지막까지 성실해야 하는지, 그 이론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공식적인 퇴사 처리는 지지부진하다. 언제 퇴직일이 정해질지도 요원하다.

불안한 상태에서 혼자 프로젝트를 맡아 캐리 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개발자들이 줄줄이 퇴사하고 있다. 대표는 내가 퇴사를 표명한 것조차 모르고 있다. 나는 나가야 할 사람이다. 나갈 사람은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나는 몇 개의 프로젝트에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마무리는 할 수 있을까? 프로젝트는 보통 망한다고 하지 않았나? 성공한 프로젝트는 흔하지 않다. 이곳에서 하루빨리 발을 빼고 싶다. 그렇다고 도망치고 싶지도 않다. 외로운 싸움이다. 2달이면 끝이 나겠지.


3/19(화)

매주 3일, 글쓰기 수업을 진행 중이다. 시즌 3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총 18분과 수업을 진행 중인데, 수업이 끝나면 피드백을 이메일로 보낸다. 문단별로 비문이 없는지, 능동태로 썼는지,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전개에 무리가 없는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 등을 분석하고 수정사항을 남긴다. 직장을 다니며 업무를 하며 매주 18분의 글을 꼼꼼하게 읽고 피드백을 자세히 남기다 보니, 정작 내 글 쓰는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없다고 변명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모자란 편이다. 게다가 자투리 시간엔 독서까지 해야 한다. 주말에 몰아쳐 글 한두 편 쓰고 나면 일요일 밤엔 결국 녹초가 되어버리고 만다. 오늘은 얼마 전 발행하던 매거진의 출간 계약까지 성사되었다. 직장, 글쓰기 모임, 출판 모두를 잘 해낼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나는 모험을 즐기는 타입이라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남겨본다. 그래야 걱정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다.


3/20(수)

인생을 살다 보면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경우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하루를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부터 밤까지 완벽한 하루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하루가 그랬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호흡을 맞췄다. 원하는 대로 착착 물 흐르듯 일이 진행이 됐다. 진도를 나갔고, 쌓인 일감도 몰아쳤다. 보람찬 하루다. 미루던 숙제를 마무리한 느낌이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하루가 마감되고 있다.


3/21(목)

현장 실험 차 고객사에 방문했다. 노트북을 들고 현장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병원 성격상, 내원하는 고객과의 동선을 피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서둘러야 했다. 어제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렸고 오늘 아침도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맨살로 찬 바람이 스며들었다. 테스트는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1층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꺼냈다. 동료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샀다. 문을 열면 쌀쌀하지만 카페에 앉아있으면 여유와 아늑함이 찾아왔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평화였다. 전쟁이 존재하기 때문에 평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지.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며 잠깐 맞는 카페에서의 1시간 남짓 한 시간이 마음에 평화를 안겼다. 몇 가지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개발 툴을 실행했다. 코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편한 마음을 더 오래도록 누리고 싶었나 보다. 업무 따위에 내 휴식을 뺏기고 싶지 않았나 보다.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3/22(금)

백화점 문화센터 강의가 임박했다. 발표 자료를 다듬으며 글쓰기란 무엇인가, 다시 자문했다. 나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시작된 글쓰기가 아니었나? 요즘의 내 글쓰기를 돌아보면 나는 철저히 제외된 느낌이다. 꽤 먼 곳까지 걸어갔으나 나는 빈손이고 무엇이든 수집을 하여 주머니는 꽉 찼으나 내 소유는 없는 기분이다. 


나는 무엇을 채우려고 고난의 길을 택한 걸까? 나를 찾겠다고 나선 글쓰기인데, 왜 나는 점점 소외되고 있는 걸까? 내가 원한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찾으려고 노력은 했을까? 나는 그저 버티기 위해, 생존하기 위한 수단을 찾으려 나선 건 아니었을까? 글쓰기는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내가 존재하는 의미는 무엇이며 나는 그걸 제대로 찾고 있는지 말이다. 그럼에도 밤이면 들뜬다. 이 감정을 잘 알고 있고,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글을 쓰면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 오후엔 열심히 떠들고 이야기할 것이며 보람도 다시 찾을 거라 믿는다. 내 소중한 삶의 활력을 위해서.


3/23(토)

아침부터 분주했다. 오후 문화센터 강의를 앞두고 새벽부터 긴장이 출몰했다. 마음이 널을 뛰었다. 눈을 떴다 감기를 수차례 반복, 알람 소리보다 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이벤트로 나눌 책 몇 권을 부직포 재질의 가방에 담았다. 내 자식과 다름없는 책들이 아닌가. 자식이 없는 내가 자식을 대하는 마음을 상상하다니 우습다.  품 안의 자식을 세상에 내놓는다고 생각하는 건, 책을 아끼려는 소박한 시선이라고 판단해본다.


롯데백화점 평촌지점 문화센터에 도착했다. 문화센터의 메이저라 할 수 있을까? 주변이 꽤 번잡했다. 우는 아이들, 드럼 소리, 발레 동작, 흔히 보는 광경이었지만 꽤 분주하게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담당자로부터 몇 가지 정보를 받았다. 사은품으로 모*미에서 만년필을 협찬했다고 들었다. '사진이라도  협찬해야 하는 건 아닐까.' 참석 명단에는 12명이라는 다소 부끄러운 숫자가 찍혀있었다. 공대생의 심야 서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혹여 만년필을 받으려는 목적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니 잠시 어지러웠다. 떠들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평상시 깊이 사유하고  탐구하던 주제라서 그랬을까? 떨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 다행이라 하겠다. 끝까지 남은 몇 분과 기념 촬영을 하고 이벤트로 나눠드린 책에 사인도 해드렸다. 보람찼지만 덩달아 피곤함이 찾아온 하루이기도 했다. 하루는 오늘도 변함없이 마감이 되어간다.


3/24(일)

아침이 스르륵 문을 열었다. 눈을 슬며시 떴지만 눈꺼풀이 무거워 다시 감았다. 오늘은 게으름을 피워도 무방한 날이 아닌가. 느리게 살아도 책망하지 않는 삶이 그립다. 다시 잠에 빠져들어야 했다. 피곤함 끝에는 편안함이 따른다. 휴식 같은 삶을 얻으려고 우리는 삶을 질기도록 버티고 있다. 삶의 의미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의미는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문득 터득하는 거다. 그것이 삶의 소박한 원리가 아닐까. 꿈은 멀리 있으니 좇으려 말고 바라보며 살아도 문제없다 누군가 말해주면 좋겠다. 오전과 오후 사이, 어딘가 팔을 걸쳤다.  시간의 강물에 발을 담그고 무심한 흐름에 의지했다. 목적도 없어서 방황할 걱정 없는 무의 한 삶을 누려보는 건 어떨까. 무의미와 유의미가 뒤섞인 날이다.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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