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감정 : 만족
미세먼지를 뚫고 거래처에 방문해야 했다. 집에서 거래처까지 2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평상시 회사까지 40분 정도 소요되는데 2시간이라니 막막하기만 했다. 지루하다면 지루한 시간이겠지만, 흘려보내기에는 시간이 전하는 묵직함이 나를 엄숙하게 만들었다. 이북을 실행하고 김도훈 작가의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를 진지하게 읽기로 했다. 읽던 중 한 문장이 눈길을 끌었다.
"페이스북에 “이 나이가 되어도 성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썼더니 많은 댓글이 달렸다. “스스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면 성공한 것”이라는 답변이 있었다. “빚 갚는 것”이라는 댓글도 있었다. 가장 많은 댓글은 “하기 싫은 건 안 해도 되는 삶”이었다. "
그래 난 성공하고 싶다. 그의 말대로 나는 성공을 위해 '하기 싫은 것'과 얼마나 분리되어있는지 항변하듯 물었다. '하기 싫은 걸 무시하고 살 수 없는 게 인생이 아닌가? 문장처럼 간단하게 마음을 돌이키고 그것을 규율대로 믿고 따르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안되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하기 싫은 것이 무엇인지 노트에 적어보기로 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 꼰대 같은 상사와 매일 직면하는 것, 회식자리에 강제로 끌려 가는 것, 억지로 술 마시는 것, 술 마시면서 잔소리 듣는 것, 글 쓰지 않는 삶을 사는 것.
결국 글 쓰는 삶으로 귀결이 되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작가로서 성공하고 싶은지, 개발자로 성공하고 싶은지 명료해졌다는 것이다. 불행이 아닌 것은 또한 둘 다 하기 싫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직장에서 하기 싫은 일을 통째로 떠맡아야 하는 직급의 무게가 싫은 것일 뿐. 일을 싫어하지 않는 것에 위안을 주고 싶었다. 난 어쩌면 이미 성공한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프로그래밍이 좋은 건 사실이니까. 책상 앞에 앉아 10시간 이상 꼼짝없이 코드에 파묻혀 있어도 코딩이 그냥 좋으니까.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펼치는 삶을 성공의 전제라고 일컫는다면, 세상은 실패한 자로 넘칠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하기 싫은 일을 하며 버티는 중이니까. 나도 하기 싫은 것에서 벗어날 용기가 부족하다.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 말한다.
우리는 새벽에 일어나 가끔 2시간이 넘는 원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과 불편하지만 섞여야 한다. 그렇게 치열하고 때로 어색하게 사는 것도 인생이니까, 살아있는 사람에게 주어진 특혜니까. 그래도 하기 싫다고 불평불만을 던지거나, 덜 하기 싫은 일이라고 안도의 한숨이라도 크게 내쉴 수 있으니, 우리는 축복받은 셈이다. 미세먼지 세상 일지라도 미소 지어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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