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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n 12. 2019

6/8(토) 공대생의 심야서재 통합 오프 후기

삶에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

이번 오프(6/8(토))부터는 기수별로 모임을 갖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별도로 모이면 소수의 인원만 참석하게 되어 폭넓은 의견을 나눌 수 없다는 의견과 외부에서 강사님을 초청하여 오프를 더 다채롭게 꾸미면 좋겠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의견을 듣고 바로 출판사 대표님께 긴급 타전을 쳤다. 대표님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유유 출판사 대표님을 소개해주셨다. (대표님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유유에서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출간한 김정선 작가님의 특강 섭외를 결국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일과삶 작가님의 맹활약)


아침부터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하늘은 그날따라 반갑게 먼지를 몰아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내 마음도 파랗게 물들었다. 


내성적인 나로서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늘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전날 밤,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막상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주도적인 사람으로 변한다. 사람들에게 푹 빠지고, 프로그램에 빠져든다. 내 안에 내재된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다. 














오프 장소 (합정 5길)에 도착하자마자 책상과 의자를 바삐 조립하기 시작했다. 준비한 행사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빠진 물품(경품)들은 없는지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히 외부에서 강사님을 모시는 첫 번째 행사라 더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자리 배치를 끝내고 보니 살짝 좁긴 하지만 25분이 앉을만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1시를 넘어서자 한 분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름표를 책상에 나열하고 간식도 놓아보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새 책상 앞이 사람들로 풍성해졌다.


모임 시작 전 스케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자기소개를 하기로 했다. 어떤 모임에 참여 중인지 닉네임과 함께 자신을 소개했다. 오프만 따로 신청한 분도 자기소개에 활발히 참여했다. 재미있는 것은 "나에게 글쓰기란 000이다"와 "나는 000도 해봤다"라는 질문이었다. 획일적인 자기소개에 그칠 시간이 자신을 드러내는 특별한 시간으로 변했다.



잠시 브레이크 타임을 가졌다.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간식과 음료도 나누고.


브레이크 타임


김정선 작가님은 "글, 쓰기와 다듬기"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특강을 진행했다. 발표 자료도 없이 오직 말씀만으로 2시간을 꽉 채웠다. 공대생의 심야서재 오프와 병행하느라 강의 시간을 줄인 것이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글쓰기 특강에서 김정선 작가님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자연스러운 행위가 아니다. 인위적이고 작위적이다. 질서를 부여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아나운서들이 말을 부드럽게 하는 이유, 누구나 쓸 수 있을 것 같은 쉬운 글도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쓰는 기술을 배워서이고 그곳에 질서를 부여해서다." 시 쓰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연스러운 과정과 질서 있게 보이기 위해 그만큼의 노력과 연습을 투입한 결과가 아닐까? 자세한 특강 후기는 아래 일과삶 작가님의 글을 참고하자.


https://brunch.co.kr/@worknlife/279


김정선 작가님 강연과 사인회


이번에도 카훗으로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분위기 끌어올리는 데는 카훗이 최고다. 맞춤법, 띄어쓰기, 글쓰기 교양 상식, 독서, 김정선 작가, 공대생의 심야서재 모임, 출판에 관련된 20문제의 퀴즈를 선정했다. 쉬우면서도 어려워 보이는 문제, 예를 들어 "띄어쓰기가 올바른 것은" 1. 보잘것없는 2. 보잘 것 없는 3. 보잘것 없는 4. 보잘 것없는. 이런 문제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1, 2, 3 등에게는 특별한 경품을 제공했다.


Kahoot 퀴즈


그리고 15분 세바시 발표로, 내가 "내 책 쓰는 가장 빠른 방법"을 일과삶 작가님이 "꾸준하게 글 쓰는 방법"을 진행했다.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오프에 참석을 하시거나 공대생의 심야서재 카페에 가입하면 내용을 보실 수 있겠다.


https://cafe.naver.com/wordmastre


개인적인 소회.


공대생의 심야서재 카페에 가입한 회원분들과 외부에서 초청한 분들을 대상으로 통합 오프를 진행했다. 기획한 대로 물 흐르듯 착착 진행했다면 좋았겠지만, 진행상 다소 미숙한 부분도 존재했다. 외부 강사님의 특강과 모임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 참석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프로그램의 확보, 더 많은 질문과 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 회원들 간의 친목과 네트워크 형성, 글쓰기와 책 쓰기에 대한 깊이 있는 강연 등의 요청이 수집됐다.


퇴사자의 신분으로 주최한 최초의 오프를 끝내고, 모임의 정체성과 방향 그리고 나의 위치를 다시 생각한다. 작년에 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라는 취지였다. 내가 모르는 것, 즉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지식이나 경험하지 못한 것은 함부로 타인에게 가르치려고 떠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글쓰기, 역사는 짧지만 나름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 누구보다 꾸준하게 쓰고 있다고 자부한다. 아직 현재 진행형이긴 하지만, 나름의 성적도 기록했다. 지식은 없어도 지혜만 갖춘다면 가르치면서 배울 수도 있다고 믿는다. 1년 사이에 나는 꽤 성장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계속 의심한다. 만족을 하게 되면 나는 고인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1년 동안 글쓰기 수업을 주도하며 글벗들과 함께 배웠다. 이제 글쓰기 모임뿐만 아니라, 시 필사, 감정 일기, 독서 모임(똑독), 베껴 쓰기 모임까지 열었다. 이제는 무엇을 줄 것인가, 라는 질문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할 때다. 모임을 열고 이끌어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피드백을 받고 나 스스로도 깍이고 다듬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나는 일을 해야 한다. 직장은 그만뒀지만, 일은 직장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다른 그림으로 더 치열하게 벌어진다. 


김정선 작가님과 함께 단체사진 1
김정선 작가님과 함께 단체사진 1



오프 모임 여러 컷

https://cafe.naver.com/wordmas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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