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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02. 2019

사전을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자

글쓰기 8부 능선 넘기

글을 쓸 때마다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어휘에 불만을 느낀다.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사전을 통째로 외워야 하는 게 아닌지 머리가 아파 오기도 한다. 고등학생일 때도 써먹지 않은 사전 뜯어먹기 기술을 써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드는데, 문제는 종이 맛이 꽤 안 좋다는 거다.


글을 쓰는 사람마다 자주 쓰는 표현이 있다.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나는 글쓰기 수업 시 학인들에게 어휘의 중요성 자주 언급한다. 어떤 고급진 단어를 문장 사이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읽는 맛이 확 달라진다고 말이다. 심지어 글 쓰는 사람의 수준까지 달라 보인다고 침을 튀긴다. 고민하다 보니 <동사의 맛>, <우리말 사전> 같은 책까지 구매했지만, 그런 책을 한 번 읽는다고 낯선 어휘가 머릿속에 콕콕 박히는 건 아니더라.


강원국 작가는 사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단어를 쓰기 전에 문장과 단어의 배합이 적절한지 사전에게 가능성을 타진해보라는 얘기다. 사전이라고 하니 누런 종이 냄새가 나는 고대의 백과사전을 떠올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국어사전을 연상하면 맛깔스러운 문장이 잔뜩 담긴 보물이 떠오른다. 당신도 작가가 되고 싶다면 그런 이미지가 그려져야 한다.


초등학교 시절, 한 대 맞으면 기절할 것 같은 사전을 한 권 들고 아버지가 퇴근했다. 겉에 <국어대사전> 이희승 편찬,이라고 쓰인 어마 무시한 두께의 책이었다. 문학을 흠모하는 녀석에게도 3폰트 텍스트를 자랑하는 빼곡한 사전은 범접하기 곤란한 세계였다.


본가 어딘가 이 사전이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니 사전의 방대함은 인터넷으로 숨었다. 이제 무거운 사전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부족한 어휘력을 보완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다면 사전 사이트에 1초 만에 접속하여 원하는 단어를 참고할 수 있다.


나는 글을 쓸 때, 인터넷 브라우저를 두 개 띄운다. 왼쪽 창에는 사전 사이트를 오른쪽 창에는 브런치 사이트에 접속해둔다. 글을 쓰다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사전 사이트를 뒤진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글을 쓸 때 흔하게 쓰는 “잘”라는 부사를 살펴보자. 너무 흔한 나머지 중복해서 사용하기에 꺼림칙한 면이 많다. 자주 쓰면 문장의 질이 떨어진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에서 ’잘’을 사전에서 검색하면 유사한 단어를 참고할 수 있다. ‘곧잘’, ‘충분히’, ‘늘’, ‘적절히’ 등의 유의어와 반대의 뜻을 가진 단어까지 참고할 수 있다. ‘잘’라는 쉬운 단어도 문장의 문맥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 문장의 맛을 살리는 비결이 된다.


“나는 글을 멋지게 쓰고 싶다”

“나는 글을 바르게 쓰고 싶다”

“나는 글을 훌륭하게 쓰고 싶다”

“나는 글을 적확하게 쓰고 싶다”

“나는 글을 명료하게  쓰고 싶다”


‘잘’이라는 단어에 취하면 다른 어휘를 쓸 가능성이 사라진다. 어휘란 외우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활용하면서 마음에 체득되는 것이다. 너무 진부한 단어만 쓴다고, 어휘력이 부족하여 한계를 느낀다고 스스로를 탓할 게 아니라 사전이 담긴 스마트폰을 겨드랑이에 꼭 끼고 다니자. 왼쪽 눈으로 흘기고 오른쪽 눈으로 훔치는 습관을 들이자. 그것만 명심하면 글쓰기는 8부 능선은 넘는다.


Q. 당신은 어떤 사전을 쓰고 계시나요?


* 공심이 쓰는 사전

1. 네이버 사전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3. 모든 단어의 시작, 끝, 그리고 의미

4. 우리말 사전

5. 우리말 샘




다음 매거진 글은 'Mee' 작가님의 <'작가의 벽'을 날려버리는 방법>입니다. 글을 쓸 때 가끔 고비가 찾아옵니다. 한 자도 쓰지 못하는 작가의 벽이라는 것을 누구나 겪죠. 그럴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Mee작가님의 비결 한 번 들어볼까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하고 두렵다면 지금《매일 쓰다 보니 작가》글을 추천드립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무기를 단단하게 다진 작가의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은 매거진 구독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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