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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Feb 19. 2020

공해 같은 아침

단상 일기


1

부모와 두 아이가 버스를 탔다. 빈자리가 꽤 많았으므로 아이 둘은 뒤쪽 출입문 부근에 나란히 앉았다. 아버지는 그 옆 오른쪽 자리에, 엄마는 뒤에 앉았다. 나는 맨 뒤에 앉아 호기심을 품은 얼굴로 그 가족에 눈길을 슬쩍 던졌다. 부모가 아이를 에워싸는 형상이라고 해두자. 두 아이는 앉자마자 스마트폰부터 꺼내 들었다. 싸움이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었으므로 두 아이는 각각 스마트폰을 가졌다. 게임을 하는 것인지 영상을 보는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화면에 집중, 아니 빠져든 것은 분명했다.



2

초등학교 2, 2학년 정도쯤은 되었겠다. 그 나이의 나도 버스를 자주 탔더랬다. 창가에 앉으면 나는 지나가는 모든 광경을 눈에 담으려 애썼다. 간판이며 지나가는 자동차며 보도블록을 밟고 지나가던 어른과 아이며. 창밖을 바라보다가도 혼자 생각놀이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야 1시간이든 2시간이든 훌쩍 지나쳐갔을 테니까.



3

그러니까 의자에 나란히 앉은 두 녀석은 스마트폰에 정신을 뺏기고 말았다. 스마트폰에서는 싸구려 동시상영관처럼 무엇이든 연속적으로 상영되고 있었다. 정신없이, 생각할 여유도 없이, 내가 스마트폰인지 스마트폰이 나인지 파악할 틈도 없이. 여과되지도 못하고 그냥 무계획적으로 주입되고 있었다. 거꾸로 쏟아지는 분수처럼 녀석들은 끊임없이 어떤 정보를 몸으로 감당했다. 몸도 마음도 쉴 틈이 없었다.



4

그런 광경을 보며 난 어지러워 눈을 닫아버리고 말았다. 나 역시 스마트폰을 한 손에 쥐고 무언가를 급하게 읽고 있었기 때문. 물론 나는 현란한 게임도, 자극적인 영상도 아닌 전자책을 읽고 있다며 핑계의 잔치에 들썩거렸지만. 그 어떠한 생각도 그저 변명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 편리하면서도 인간의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풀어주는 스마트폰이지만 오늘 아침엔 공해처럼 느껴졌으므로 나는 이 녀석을 창밖으로 내던지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



5.

내가 좋아하는 곡 멋대로 소개하기

심현보 - 자전거 데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SgoRlJOdXJk&t=15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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