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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r 17. 2020

고개를 돌리면 황혼이

생각 혹은 단상

1

해가 저물 때 내 영혼은 각별해진다. 퇴근길, 무심하게 발걸음을 옮기다가도 문득 고개를 돌리면 온통 황혼이다. 붉은빛이 도시를 점령하면 나는 저녁 무렵의 인간으로 사는 것이다. 인생은 날마다 저녁을 맞고 나는 인생이 던진 묘한 질문들에 착취당하고 만다. 편안한 착취, 경악스럽지 않은 압도, 그러니까 고통이 사라진 사색의 공간에 고요히 놓인다.


나는 어떤 의지에 귀를 열어젖혔다. 정체 모를 환청 비슷한 것들이 공기 중에 숨어 있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가라앉아있다, 날아가기 직전의 마지막 바스락거림 같은 것이었다. 인생은 노을에서 살아가는 걸까. 둥그렇게 말려가는 금빛 형상에 빨려 들어가기 전에 나는 일을 마감해야 했다. 오늘 밤 마감해야 할 원고가 머리를 어지럽혔다. 몇 천 자에 달하는 분량, 촘촘한 구조, 의식의 유의미한 흐름, 온갖 이야기들이 냉소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일몰 - 제페토


가장 아름다운 인생의 한때는 언제일까? 격렬하게 잠드는 도시 너머의 태양을 구경하다, 무의미에 도취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생의 한 가운데를 돌파하며 도시의 몰락을 지켜볼 뿐이다. 가볍고 무거움을 동시에 머릿속에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응시하면서도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선 사람이다. 나는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다. 나는 무한하게 객관적이어야 한다. 생은 날마다 찾아오는 반가운 인사 같은 것일 테니까. 반갑게 인사하고 헤어지면 그뿐이니까.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의식하지 않아도 방향은 분명하다. 어둠은 잠시 후 세상을 포위할 테니까. 나는 이곳을 평화롭게 지나가면 된다. 나는 어떤 기세에 밀리듯 태초에 생성된 테두리에서 탈출한다.





2

《한 권으로 끝내는 노션》의 판매 현황을 날마다 확인한다. 판매지수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매일 압박당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풀리고 회복되는 감정을 느낀다.




3

내가 좋아하는 곡 멋대로 소개하기

김연우 - 인사

https://www.youtube.com/watch?v=mvNr5blPZ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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