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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r 18. 2020

바깥쪽으로 날을 세우는 사람

창 밖은 오월인데

1

3월 중순인데 가시 같은 바람이 불었다. 따갑고 쓰렸지만 거슬려하는 내 심기가 꽤 불편했다. 나는 고슴도치처럼 목덜미를 자꾸만 감쌌다. 그러니까 나는 바깥쪽으로 날을 세우는 사람이 된 셈이었다. 긴장하면 할수록 나는 가시를 외곽에 세웠고 주변은 냉담하게 굳어갔다.


사회적 거리를 재어야 했다. 멀리 떨어진 보폭만큼의 관계란 무엇일까, 생각하며 나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다가도 한 걸음 다가서기도 했다. 당신도 나도 우리는 경계할 필요성이 절실했지만, 그런 의식도 때로 무용했다. 가시는 뾰족하게 누군지도 모를 사람을 향해 날을 세웠다. 하지만 나는 그 날카로움의 의미도 타인의 통증의 깊이도 알지 못했다. 난 한없이 무딘 사람일 뿐이었으니까.


뿌리 없는 가시, 그렇지만 선명하게 돋은 가시. 누군가는 찔렸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당신의 아픔을 인지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눈치 없는 사람에 불과했을지도. 가시는 꺾이기도 부러지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다. 그것은 내 몸에 흡착되어서 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살아가는 존재였다.


나는 인정을 생각했다. 가시는 인정받기를 강하게 바랐다. 내 근원으로부터 시작되었으나 밖에서 겉돌기만 하는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그 끝을 알 수 없어서 나도 당신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주변이 온통 가짜로 들썩거린다는 사실을.


나는 이해했다. 내가 누군가를 포근하게 안아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사회적 거리란, 우리를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지게 만들었으니까. 가시가 내 몸을 에워싸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나는 타인을 포용할 수 있을까. 그래서 가시들을 떼어낼 수 있다면 나는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 조금 뭉툭해지는 것도 좋겠다.


2

피천득 선생님의 <창 밖은 오월인데>를 필사했다. 창밖은 오월인데 미적분이라니 생각만 해도 등에서 가시가 돋아나는 듯했다. 세상이 흐르는 물결대로 가끔은 그 촉감에 의지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가시에 피어나는 장미가 아름다워 지려 하는 노력의 순간처럼, 나도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봄은 미적분이 아닌 라일 향기처럼 잠든 꽃을 슬며시 피어나게 하리라.



3

내가 좋아하는 곡 멋대로 소개하기

랄라스윗 - 오월

https://www.youtube.com/watch?v=26R4tYn99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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