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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r 27. 2020

그 많은 이름들은 어디로 갔을까?

작은 단상들


1

나는 쓴다. 다만 지우지는 않고 끊임없이 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가 이렇게 많은 글들에게 의탁하고 살았구나,라고 즉흥적인 도취에 빠진다. 그러다가도 다시 냉정하게 삶을 관조하며 처음의 마음으로 환원된다. 나는 어떤 경지에 이른 사람처럼 깨달음을 얻고 내 글들을 부드럽게 응시한다. 파란 마음을 먹고 검은색의 글자들을 손질하기 시작한다. 지운다는 표현보다 매만지고 다듬는다고 말하며.


나는 입속말로 동사와 명사 따위를 흥얼거리는 사람이 된다. 시야를 정면으로 고정한 채, 주변의 소음으로부터 차단하며. 시간은 흐르지만 나는 그것을 붙잡아두고 동여맨다. 어디든, 글자가 숨 쉬며 사는 세상이라면 나는 고통이든 슬픔이든 그것과 정면으로 만나리라.



2

아침마다 취미처럼 Yes24에 접속한다. 출간한 책 《한 권으로 끝내는 노션》의 판매지수를 확인하기 위해. 어제보다 거의 600포인트가 상승했다. 웹사이트 부문에서 9위까지 올라섰다.


감사한 일이다. 이 결과는 행운일까? 열심히 노력한 것 덕분일까? 두 가지 요소가 적절히 배합된 덕분일지도. 뭐 생각하고 쓰고 다듬은 일이 전부다. 다만 끝없이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 생각을 하이퍼링크하듯이 다른 생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늘 도약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
















3

모래 위에 이름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이었든 간에 사랑의 감정이 스며있던 건 분명하다.


세월이 흘러 나는 그 이름을 여전히 기억해내지 못하고 또 기억하는 일 자체도 잊으며 또 새로운 이름을 매일 쓴다. 세월은 밀물 썰물과 같다. 세월은 이름을 만들고 이름을 앗아간다. 그러니까 나는 세월에 꽤 순종적인 편인 것 같다.


그 많은 이름들은 어디로 갔을까? 먼지 속으로 혹은 안갯속으로. 어디로든.












4

내가 좋아하는 곡 멋대로 소개하기

Kansas - Dust in the Wind

https://www.youtube.com/watch?v=tH2w6Oxx0kQ




에세이 쓰기 모임 모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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