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공심
거울 속엔 내가 아닌 당신이
가끔 나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나는 숨 가쁘게, 못마땅하게
날짜만 툭툭 뜯어버리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쓰고 나는 계속 지웁니다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말이지요
언젠가 낯선 어느 날, 우편함 속엔
정체 모를 지우개가 배달되겠지요
그래서
나는 크게 놀라겠지만요
그 묵직한 바윗 덩어리들은
미세한 미련이라도 남겨줄까요?
소원 한마디만 적어두면
표정이 없는 마을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주인 없는 장례식은
혼자 사는 걸 감당할 수 있을까요
아, 인사는 잊지 말아요
오늘도 '안녕'
내일의 인사도 물론 '안녕'이겠지만요
아침과 밤은
같이 여행을
영영 떠나 볼 수 없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