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붉은 밤
아침이 찾아와도
당신은 어김없이 붉은 밤이더군
그 밤을 약속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배반이라고 정의하는 게 낫겠지
그렇다고 낙타의 등에서 억지웃음을
짜낼 수도 없는 노릇일 테고
운명을 교란시키려는 니체의
수작을 따라 할 수도 없을 테니
그냥 다 무용한 짓인 거야
산다는 건
그래, 늙은 조르바의 말처럼 감옥살이
언저리 쯤은 되겠지
검푸른 대야에서 끔찍한 핏물을 떠내고
뜨거운 물을 대신 연거푸 쏟아 넣어도
해석되기 곤란한 건 다 마찬가지잖아
인생은 낯선 종신형 살이니까
울컥
모욕이 치밀고
썩은 파도가 거꾸로 치솟는 거야
그럴 때마다 난
바닷물을 혼자 실컷 마셔야 했어
깊이도 찾을 수 없고
쌓아도 절대적으로 완성되지 않는
절망의 바다에 고개를 처박고
몸을 무인도에 정박시켜도
내가 산티아고로 살아야 하는 건 변함없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불편함
이유 없는 이물감
깨끗하게
말끔하게
상처는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더군
그걸 멀쩡하게 지켜볼 수 있겠어?
근데
그런 건 꽤 곤란한 일이야
어둠은 아무리 깨워도 좀체 살아나지 않거든
녀석이 워낙 시끄럽게 잠들었어야 말이지
누가 말리겠어
다 살아보자고 한 짓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