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걸어요
슬픔이 혼자 걸어가요
바깥바람을 만나도
아침은 뜨지 않고요
그림자만 여전히 뜨겁게 우릴 반겨요
혼자만 보고 싶어서
한 짝만 남은 신발과 인사를 나누는데
고장 난 시계 속에는 째깍째깍
고정된 소리만 들리네요
어디선가 나타난
짝 잃은 개 한 마리가
아침 숨결로 노래를 불러요
모든 게 슬프게 흘러가죠
걸어가는 길마다 소녀가 누워 있어요
고개를 한 번 돌릴 때마다 기억은 두 갈래로 나뉘고
그리움은 고개를 묻고 서걱거리네요
눈물은 소리도 없이 무너지니
귀를 막고 귓불 밑으로 흘러내리는 이별에게
이젠 안녕, 이라고 외쳐야 해요
그 순간 싸늘한 감각이 되돌아와서는
농담처럼 살아나서 다행이야,라고 외치곤
죽음을 잉태하던 새벽의 눈물을
빛들의 투정 속에 영원히 가두어 버리겠죠
눅눅하게 가라앉은 새벽 거리에는
혼자 서성거리는 소녀가 늘 나타나요
그럴 때면 슬픔은 이름을 공기 중에 쓰고
'호호'하고 입김을 불어넣어요
그러곤 혼자 부유하는 연기를 감상할 거예요
그곳엔 무엇이든 보이다 사라지겠죠
갈 곳은 어디에도 없어요
골목 끝에 서서 다만
슬픔이 내려준 아침 눈물을 혼자 마실 뿐이죠
불이 꺼진 작은방
피아노 소리 혹은 낯선 흐느낌
슬픔은 말 한마디를 못하고
하얀 파도에 실려 집으로 돌아가요
그리곤 혼자 흐느낄 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