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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r 06. 2016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은 다시 오지 않는다.

기욤 뮈소의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순간의 행복


요즘 '브런치 프로젝트 #2'를 앞두고 온통 머릿속이 '버티는 것'이라는 주제에 깊이 함몰되어 있다. 글을 쓰기 시작면서 처음으로 연재를 기획했고, 그 설계에 따라서 차곡차곡 글들을 쌓아가고 있다. 꾸준한 계획에 따라서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하게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거나,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기록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노력을 요구한다. 나에게 글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까지는 모두에 해당될 정도는 아니기에, '직장에서 해야 할 일'들과 작가가 되기 위한 훈련이라 할 수 있는 '글쓰기'를, 동시에 해낸다는 것은 나에게 일종의 긴 호흡과 같은 인내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문장이 던지는 메시지를 생각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린 기억 속에서만 잔존하는 잊힌 삶이며, 미래는 아직까지 현실로 구현되지 않은 불확실한 것들이다. 현실이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우리는 지금, 바로 이 순간!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 즉 가족이 전부다. 직장, 학교, 사회, 나라까지 다른 구성원 또는 조직체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한 하나의 시스템이자 장치에 불과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제외한 다른 조직들은 단지 '지금 이 순간' 내가 행복해지기 위하여 주변을 둘러싼 하나의 수학적인 집합체 들일뿐이다. 



따라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솔직해지기 위해서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를 통해서 나와 내 가족이 누릴 수 있는 현재의 행복을 찾는다. 그리고 내 가족은 열렬히 내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글쓰기를 응원하고 있다.



지금 부터는 '지금 이 순간'의 스포일러가 글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책을 안 읽으신 분들의 주의를 바랍니다.



기욤 뮈소의 '지금 이 순간'


사실 이 책을 구매하지는 꽤 되었다. 서점에 갈 때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열되어있던 책이었는데, 그다지 궁금한 생각은 없었다. 아마도 단순한 추리 소설? 심리 스릴러? 라 생각했던 것 같다. 다만 나의 구미를 자극했던 것은 시간 여행이라는 테마였다. 





소설의 시작과 함께 아들을 배신한 아버지가 던지는 강렬한 메시지... 소설 전체를 뒤흔드는 세찬 메시지... 믿었던 아버지의 처절한 배신을 깨닫는 과정을 통해서 작가인 기욤 뮈소는 독자들의 혼을 빼놓는다. 결국 우리는 마지막에 작가가 독자들을 배신했다는 사실에 주 두번째 치를 떨게 된다. 결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나에겐 작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주제를 시간 여행이라는 자극적인 이야기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한다. 



작가의 삶, 작가의 고뇌, 소외된 가족들, 해체된 가족,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명성과 막대한 부를 차지 했지만 사실 남은 건 아무것도 없는 빈껍데기 삶이라는 것,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을 수밖에 없는 작가의 숙명을 전달하려는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숨어있는 듯 하다. 아마도 작가이거나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그의 소설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 전반을 깊게 차지하는 아래의 메시지는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야 다시 한번 숨겨진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초반의 가장 큰 복선 중 하나였다.



아서, 인생에선 어느 누구도 믿어선 안 돼!




아버지는 나를 함정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등대로 끌고 가기 위해, 내 감정을 이용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버지의 노림수에 말려든 멍청이 었다. - P. 91


아서의 아버지는 다시 한번 자신을 믿지 말라는 뜻을 경고하려던 것일까? 분명히 아무도 믿지 말 것을 어려서부터 강하게 의식을 심어줬는데 아서는 또 속고 말았다. 아버지가 만든 경고하던 트랩에 빠져들고 만 것이다. 



나는 시간 여행을 테마로 한 소설과 영화들을 좋아한다. 국민학교 2학년 정도 됐던 것 같다. 교보문고 추리소설 코너에서 나를 오래도록 붙잡아 뒀던, H.G WELLS의 '타임머신'이 떠오른다. 소설 속에서 처음 접한 시간 여행이라는 묘한 매력... 주인공이 빠져든 시간 여행이라는 흥미 있는 주제에 나 역시 휘말려 몇 시간 동안 자리에 꼼짝하지 못 하였다. 물론 나중에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봤던 기억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때의 충격적인 기억이 시간 여행을 주제로 하는 영화들에 내가 열광하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단순한 SF 소설일 거라 생각했다. 이야기에 너무 빠져들어 집중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야기 흘러가는 구조가 몇 년 전에 봤었던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와 비슷했다. 24방위 등대라는 전혀 신비하지 않을 것 같은 미로에 우연히 빠져든 한 남자,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남자, 그가 등대에 집착했던 것은 이 세상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혼자'의 이미지를 증명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24번의 시간 여행을 통해서 그는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심지어 과거에 사라진 그의 할아버지까지 만난다. 그의 할아버지를 통해서 등대에 얽힌 수수께끼가 밝혀지며 난데없는 시간 여행에 빠진 독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게 된다. 아서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24>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루에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이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개념을 찰나의 순간을 벗어난 하루의 의미로 해석한다면 24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간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 될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24번 주어진 그의 시간 여행은 24년의 세월을 보내게 되지만, 실제로는 단 하루의 시간을 의미한다.





메시지


이 책이 전달하는 뜻은 분명하다. 책의 제목대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시간은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행복했던 시간이라 할지라도 과거에 묻힐 삶일 뿐이다. 시간을 붙들기 위해 몸부림을 해도 흘러가는 단 1초의 시간조차 멈출 수 없으며 순간은 모두 물거품처럼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 속에 묻힌 기억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추억이라는 편린으로 남을 뿐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항상 함께하라... 때로는 가족들의 존재가 내 꿈을 펼쳐나갈 부푼 미래들에 불편한 대상이 될 때가 있다. 때로는 과한 간섭과 잔소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존재는 가족의 사랑이 있기에 빛날 수 있으며, 가족의 존재를 통해서 내가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한정된 24번의 예기치 않은 시간 여행 속에서 아서가 만난 사람들, 인연들, 우연, 그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해진 운명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신념과 의지 앞에 시간은 그에게 또 다른 행복의 가치를 제공했을까? 그가 마지막에 얻은 값진 열매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었다. 



그가 집착했던 것들, 삶을 등지고 살았던 그의 아집이 행복했던 가족을 몰락시켜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가 모든 걸 잃었을 때, 자신의 비어있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었고 자신이 망각했던 가치의 중요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주인공의 직업은 작가다. 시간 여행 속에 빠져있는 주인공은 바로 소설 속의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인공의 화신이었다. 그는 현실을 망각했고, 작가의 상상력으로 가족까지 망각하고 말았다. 소설 속의 자신의 자아를 상실한 후에야 가족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미 모든 걸 잃은 후였다. 



기욤 뮈소는 천재다! 독자에게 시간 여행이라는 심리 스릴러에 깊이 빠져들게 만들고, 마지막에 깜짝 놀랄 반전으로 삶의 의미를 깨운다. 시간 여행이라는 강렬한 주제를 통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지켜야 할 아름다운 것들인지 독자에게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한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의 상처를 극복할 방법으로 그가 겪은 아픈 이야기를 집필하는 것으로 슬픔을 잊어버리려 한다. 상처는 피하면 피할수록 덩치가 더욱 커진다. 상처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에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다. 그가 현실을 떠나 상상 속에서 살다가, 자신의 가족까지 희생하게 되는 상처를 떠안지만, 그의 상처도 작가의 숙명이라는 작품의 집필 과정을 통해서 극복한다. 이 결말은 단순한 반전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본인의 솔직한 삶에 대해서 독자들과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고 싶은 의도가 숨겨져있다.



그것이 의미하는 해석은 독자의 자유에 달려있다.





감명 깊었던 구절들



사랑의 감정이 때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의 감정이 간혹 얼마나 무서운 살인무기가 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 삶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ㅇ을 수 없는 이유는 생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길이 꽉 막히고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생의 소중한 가치를 결코  폄하해서는 안 됩니다. - P. 149



우리 둘 다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사항에 대해 암묵적인 합의를 했다고 느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자는 것....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느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내팽개치지 말자는 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모든 걱정과 우려는 시간 낭비였다. 우린 가장 가치 있고 즐거운 일, 즉 사랑하는 일에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우린 서로의 몸에 매달려 잠시도 떠나지 않았다. - P. 195



인생이 가하는 타격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해, 참을성 있게 견뎌야 해. 맷집을 키워야 해. 폭풍우나 대홍수가 밀어닥쳐도 살아남아야 해. 대개의 경우 고통을 견뎌내면 저울이 반대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니까. 종종 예기치 않은 행운이 찾아와 우리를 기쁘게 하는 일이 있으니까. - P. 246



절망감이 극에 달하면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거나 미쳐 버리게 되지, 넌 절대로 그렇게 되어서는 안 돼. 운명의 장난인 널 참혹하게 무너뜨리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집념을 가져야 해. - P. 295



글쓰기는 삶을 미리 살아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작가의 경험에 상상력을 더해 개성 있는 인물들을 창조해내기도 하고, 삶에 대한 성찰의 결과를 글을 통해 구현해 내기도 하죠. 글쓰기는 언어를 수단으로 하는 작업이기에 문장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고유한 리듬과 호흡을 살려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내기도 하죠. 요컨대 음악가가 새로운 작품을 작곡할 때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가치 있는 글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치유를 위한 방편이 될 수 없어요. 작가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글쓰기에 집착하죠. 미안하지만 당신과 나는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니란 말입니다. - P.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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