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으로 자연이 아름다운 시기다. 예쁜 꼬마잎들이 가지마다 새로 돋아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나무들을 온통 녹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여기저기서 가지가지 꽃나무들이 빨갛게 노랗게 하얗게 예쁜 꽃을 피우고 있다. 긴 겨울의 시간에 꽃과 잎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는가 싶더니 새롭게 태어나듯 다시 돋아난 잎과 꽃이라 더욱더 사랑스럽다.
일본 메이지 시대의 문호 도쿠토미 로카가 저서 <자연과 인생>에서 우리에게 던진 한마디가 문득 떠오른다. ‘너 귀를 기울여/이 꽃의 말을 들어라//장미가 아니니/꽃피지 않겠다고 말하는지.’ 모든 꽃이 한목소리로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는 나만의 꽃을 피운다’고.
자연은 정말로 다채롭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어우러져 핀다. 꽃이 피는 계절도 제각기 서로 다르다. 꽃들은 서로 부러워하거나 경쟁하지 않는다. 추운 겨울을 뚫고 일어나 그저 자신만의 꽃을 피울 뿐이다. 그렇게 핀 모든 꽃은 하나같이 곱고 아름답다.
어느 노래가사에 의하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한다.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울지는 이견이 있을지 몰라도, 꽃도 사람도 하나같이 정말 다르고 다채롭다는 점에서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듯 싶다. 슥 보아도 한 사람 한 사람은 정말 다르다. 얼굴도 다르고, 생각도 행동도 다 다르다. 성격과 장점, 역량과 재능도 백인백색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 꽃처럼 사람들도 이렇게 서로 다른데, 우리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꽃을 피우고 있는가?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쏠림현상이 심한 우리 한국사회에서는 자신만의 꽃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지 않을까? 각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해보면 알 수 있다. ‘나는 과연 나만의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일까?’
다시 자연 속 꽃의 세계로 돌아가보자. 모든 꽃들은 예외없이 매년 자기가 꽃피는 계절에 어김없이 자신의 꽃을 피운다. 자기 꽃을 피우지 않는 꽃은 단 하나도 없다. 개나리가 진달래가 되거나, 진달래가 장미가 되어 피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이 세상의 모든 꽃들이 오직 자신만의 꽃을 매년 자신만의 계절에 아름답게 피울 뿐이다.
우리는 꽃들에게 배워야 한다. 사람들은 실은 자신만의 꽃을 피우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다. 영국의 작가 아놀드 베넷은 자신의 저서 <The Human Machine>에서 이러한 사실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그 어떤 기계보다도 더 훌륭한 기계를 우리는 이미 소유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기계를 갖고 있다. 그 기계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한 사람도 예외없이 자신만의 신체와 정신을 가지고 있다. 눈, 귀, 코, 입, 손, 발과 같은 신체로 할 수 있는 것은 수없이 많다. 그에 더해서 우리 정신은 이성과 감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게다가 정신력과 의지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 각자의 신체와 정신이 힘을 합쳐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그뿐만 아니다. 사람이라는 이 기계는 잘 관리하기만 하면 100년 이상의 긴 시간에 걸쳐 오래오래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신비스러운 기계다.
우리가 가진 돈이 적어도 좋다. 우리는 자신만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이미 가지고 있으므로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가 가진 나만의 개성과 장점, 재능과 꿈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고 발견해보자. 나의 꽃을 피우는 데 활용할 최고의 자산이고 거름이 될 것이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도 말자. 나만의 꽃을 피우는데 100년이란 긴 시간이 나와 함께 한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자. 그렇게 해서 자연의 꽃들처럼 우리도 각자 자신만의 꽃을 피워가자. 아름다운 어느 여름날, 자연의 꽃들이 우리에게 말없이 속삭이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