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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Oct 14. 2019

아침 출근길 보통의 시간

나와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연락이 오기엔 어차피 이른 시간이고 그렇다고 딱히 연락이 올 곳도 없었다. 메신저를 켜서 새로 프로필이 바뀐 사람은 없나, 상태 메시지가 바뀐 사람들은 없나 하며 주변인들을 구경하고 나니 또다시 할 일이 없어졌다. 손에 쥐고 있는 있는 핸드폰으로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야 눈을 감았다.

어젯밤 야근에 회식까지 겹쳐 겨우 새벽녘에 집으로 귀가해서 씻자마자 잠이 들었다. 잠깐 눈 붙인 게 전부인 것 같은데 어느덧 핸드폰의 알람은 울려오고 반쯤 잠이 덜 깬 상태로 집을 나서 출근길에 올랐다. 지하철을 타고 피곤한 나머지 자리에 앉자마자 눈을 감고 목적지까지 절대 뜨지 않으리라는 다짐과 함께 잠을 청했다.

핸드폰을 처다 보고 있는 눈은 단 한 번의 깜빡임도 허락하지 않았다. 두 손으로 꼭 쥔 핸드폰 화면에는 쉴세 없이 게임 속 캐릭터가 움직이고 있었고, 화려한 화면 속에 빠져버린 듯 주위에는 전혀 시선을 주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 잠깐 여기가 어디쯤인가 정류장 위치를 확인하고 또다시 핸드폰을 열심히 터치한다. 두 손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두 눈은 빤짝이고 있었다.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음악인지는 대충 들려오는 음악만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 음악을 틀어준 건 아닐 텐데 음악소리가 들려오는 이유는 옆 자리 이어폰을 넘어서 들려오는 것 때문. 좋아하는 음악이 아니라면, 아니 좋아하는 음악이라도 하더라도 이렇게 들려오는 소리라면 음악이 아니라 소음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신나게 듣고 있는 음악이지만 이어폰 밖으로 새어 나온 그 음악은 소음으로 변질되어 출근길 지하철 안을 가득 채워갔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래서 그 대답은 뭐라고 했을까? 앞, 뒤 내용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단순히 일방향의 대화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일면의 인식도 없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핸드폰을 손에 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광고라도 하듯 큰 소리도 떠들어대고 있었다.

이른 아침 지하철 출근길, 보통의 시간은 이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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