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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Oct 21. 2019

본격 층간소음 유발자

밤에 왜 안자요???

1960년대 이후 우리 사회는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시작했다. 그 이후 정말 많은 아파트들이 전국 각지에 생겨났다. 하지만 하늘 아래 집들이 이렇게 많은데 정작 내 집은 어디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대규모로 지어진 공동주택에 살게 된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한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누군가의 옆집이고, 누군가의 윗집이고, 또 누군가의 아랫집이 되었다.

누군가의 옆집, 누군가의 윗집, 누군가의 아랫집


보통 특이한 경험이나 기억이 남는 사건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있어 글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게 그냥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야지 진행형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려나...

최근 새로운 집에 이사 와서 살게 된 지 두 달 이상이 지났다.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윗집에 사람이 살고 있기는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도 고요했다. 현재 TV도 없이 살고 있고 밤이면 조용한 방에 음악도 안 틀고 있다 보니 어느새 조용한 삶에 익숙해져 버린 듯했다.

하지만 이런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약 일주일 전부터 밤늦게까지 세탁기, 혹은 건조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쿵쿵 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단순히 밤에 저런 기계를 사용한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 8시 무렵 시작된 소리는 새벽 1시가 넘도록 계속되었다. 신기한 건 다음날 이른 새벽부터 또다시 시작이 된다는 것이었다. 


보통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 사람이 공동주택(아파트 혹은 빌라)에 살고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어간 12시가 넘어가면 조용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근데 지금 이 소음의 경우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백번 양보해서 하루 혹은 이틀 정도 밀린 빨래를 돌리려니 하며 생각하고 지나간 게 하루... 이틀... 그렇게 일주일이 넘어가버렸다. 흔히 귀가 틔였다고 표현하던데 일단 한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소음은 쉽게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참다못해 인터폰을 통해 경비실에 문의를 해봤지만 윗집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소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소음의 근원지를 찾지 못한 채 여전히 매일 쿵쿵거리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진동은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이다. (제발 그러지 않길 바란다)

층간 소음으로 살인까지 일어났다는 뉴스를 종종 접할 수 있는데 시대가 각박해졌다고, 혹은 개인 탓으로만 치부하기에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도 곳곳에서 층간소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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