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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Oct 22. 2019

손잡이 좀 잡아주실래요?

찰나의 불편함에 대하여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평소 거의 버스를 타고 다니지 않았는데 이사를 한 후에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병행해서 출퇴근하느라 버스 타는 일이 많아졌다. 사실 개인적으로 지하철이란 교통수단이 익숙해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서울에 살지 않았었고 고향의 지하철은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1호선이 개통되었으며 그마저도 학교와는 관련 없는 방향이었기에 이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취업 후에도 몇 년간은 지하철이 없는 지역에서 근무를 하였으니, 여기저기 떠돌다가 이제 겨우 서울에서 생활한 지 몇 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이야 아무렇지 않은 듯 지하철을 타고 다니지만 서울 생활 초반에 지하철을 탈 때면 신기한 광경들을 많이 접하곤 했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매력적인 부분은 달리는 지하철에서 그 어떤 손잡이를 잡지 않고 두 손을 자유롭게 서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핸드폰을 본다거나, 책을 본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면 그냥 팔짱을 끼고 있다거나 하는 등 특별히 사람들이 지하철 안에서 손잡이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버스가 거의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었던 사람의 입장에서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서서 다닐 수 있는 지하철은 더없이 매력적인 교통수단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가  문득 버스를 타서 사람들을 보았을 때 지하철과는 너무나도 다른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예외는 없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손잡이를 잡고 있고 버스가 정차하고 출발함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움직이고 있는 사람 틈 사이로 불현듯 두 손으로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사람을 목격했다. 물론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으나 그 사람을 목격한 짧은 순간 왠지 모를 불편함이 맘속 가득 밀려왔다.

“저러다 넘어지면 어쩌려고 저렇게 있는 건가?”

상대방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덕분에 내가 느낀 불편함은 말 그대로 이유 없는 불편함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몸으로 체득하고 경험에 의해 굳어져버린 익숙함이라고 해야 할까? 버스 안에서 두 손을 놓고 서 있으면 버스가 급정차를 하거나 급발진을 하는 경우에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 있었다. 혹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달리는 버스에서 균형을 잡기란 어려운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두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은 그저 위태로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버스에서 손을 놓고 서 있던 사람을 포함해서 우리는 대부분 보통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그들이 모두 남들에게 일부러 불편함을 주려고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간과 장소에서 각양각색의 불편함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진 말자.

“손을 놓고 있던 그 사람이 균형 잡기의 달인이었을 가능성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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