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정이 Oct 28. 2019

출근길 건널목에서 하늘을 보다

출근하기 싫어 그러는 건 아니구요...

"하아... 날씨 좋다"

아침 출근길, 건널목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7호선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 좌회전, 그리고 조금 걸어서 만날 수 있는 사거리 건널목. 그곳에서 신호 대기하는 시간은 회사로 들어가기 전 저 멀리 빌딩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때론 건널목에 도착했을 때 신호가 바뀌어 버리면 이마저도 주어지지 않아 곧바로 사람들에 휩쓸려 길을 건너 회사 건물로 향해 가곤 했었다.


하루에 고개를 들어 몇 번이나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좀 상황이 나아져서 해가 뜰 무렵 출근하고 해가 지거나 혹은 질 무렵 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뜨기 전 출근하고 해 떨어지고 퇴근하는 삶을 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끔은 이게 출근을 하는 건지 퇴근을 하는 건지, 겨울에 해가 짧은 시기에는 밤과 밤 사이를 이어 사는 느낌을 받고는 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점심시간에도 크게 의식하며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대부분 직장인들처럼 비슷한 시간대에 점심을 먹으니 몰려나오는 혹은 들어오는 사람들 틈 사이에서 그저 한 끼 때운다는 느낌으로 점심식사를 끝내고 나면 어느새 발걸음은 회사로 향하고 있었다. 오전, 오후를 그렇게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김없이 퇴근시간은 다가왔고 도망치듯 회사를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신호대기를 하는 건널목에서 나는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었을까? 반대편 건물 높이 걸려있는 시계의 시곗바늘이 출근시간에 가까워 오면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 신호가 바뀌면 뛰어야 하나?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는 건가" 라며 시간에 초초해하기도 했었고, 내 앞으로 유유히 스쳐 지나가는 고급 외제차를 봤을 때는 "몇 년을 소처럼 일만 했는데 저런 차 한 대 가질 수가 없구나" 라며 신세 한탄을 하기도 했었다. 가끔은 신호가 바뀌자마자 우르르 몰려 건너가는 사람들을 뒤에서 바라볼 때면 "이 사람들 결국 다 같은 건물에서 만날 텐데" 라며 우리 모두 결국은 노비 인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최근에 건널목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을 때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곤 한다. 특별한 감상도 이유도 없지만 그저 이렇게라도 하늘을 봐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컷 땅속으로 지하철 타고 다니고, 땅 위로 걸으며 살고 있는데, 그러다 출근하면 세, 네 뼘 남짓 거리의 모니터만 들여다볼 텐데, 회사로 들어가기 전 이렇게라도 여유를 좀 부려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인가 보다.


그렇게 또다시 출근길, 건널목에 서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작가의 이전글 맛있는 거 사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