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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Oct 29. 2019

취업이란 버스를 타야 한다면

새치기는 하지 마세요

그저 줄을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서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줄을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침내 다가온 그것을 보고 줄을 서 있던 나를 옆으로 스치며 앞서 나간 상대는 마지막 남은 그것을 차지해버렸고 내 몫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언제 되돌아올지 모르는 기다림의 시간은 시작되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저 멀리 밖에서 바라만 보던 때와는 다르게 기다림의 시간은 힘들고 길어져만 갔다.



어느 아침 출근길,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나를 앞서 나가던 사람,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자리를 차지해버린 그 누군가가 있었다. 일단 버스에 오른 이상 다시 내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출근길에 버스 안에서는 자리에 앉은 사람들과 그렇지 못하고 남겨진 사람들이 뒤섞여 흔들리고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취업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즈음 나는 마치 취업이란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선 사람처럼 그렇게 기다려야 했다. 이미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었고 뭐라도 붙잡아서 타고 떠나야만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올라탄 버스 안의 자리는 많지 않았다. 이미 상사, 혹은 선임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사람들이 있었고, 나보다 앞서 줄을 서 있던 경쟁자들은 하나둘씩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끔은 나를 앞질러 자리에 앉아버린 사람에게 화를 내고 싶기도 했었고 남들은 다 앉아있는데 혼자 덩그러니 앉을자리를 찾지 못하고 서 있을 때면 왜 나만 이렇게 서 있어야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 버스에서 혹은 취업시장에서 혼자만 남겨지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 차라리 계속 혼자였으면 언젠가는 앉을 수 있었을 텐데, 지속적으로 사람들은 몰려 들어왔었고 그렇게 출근길 만원 버스처럼 경쟁자는 늘어만 갔다. 빽빽한 사람들 틈 사이에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먼저 내리는 사람의 빈자리, 혹은 자기가 서 있던 자리 앞에 빈자리가 생기면 자연스레 자리에 앉았고 그곳에 서지 못했던 앞서 올라탄 사람들과 뒤에 왔던 사람들은 여전히 그 안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차례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시간은 흐르고 버스는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보통의 대부분의 사람들을 태운 채로 그렇게 말이다.


어딘가로 향하는 길, 자신만의 차가 있어서 처음부터 앉아서 편하게 운전을 하며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버스를 타지 않고, 아니면 중간에 내려서 자신이 가고 싶은데로 마음껏 걸어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버스에 탄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는 자리에 앉기 위해 경쟁할 것이고 함께 올라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다만 같이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거나 올라탄 상황이라면 설령 양보는 못할지언정 새치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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