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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Oct 30. 2019

카페라는 세상 속의 소수자

저 커피 안 마시는데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카페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던 한 여름에는 당연했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추워진 날씨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은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카페에 가면 다른 메뉴들보다 독보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메뉴이기도 했으니, 사람들의 주문이 이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얼죽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얼어 죽어도 아이스'의 줄임말로 추운 날씨에도 아이스 음료만 먹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같은 날씨에도 '얼죽아아', 즉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문득 카페에 들러 주문을 하려고 줄을 서 있던 찰나, '아이스 아메리카노 특별 할인!'이라는 문구를 보고 순간적인 고뇌에 빠지게 되었다. '이걸 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실 특별히 목이 마르거나 한 상황도 아니었고 잠깐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들렀기 때문에 오래 머물러 있으려는 생각도 아니었다. 다만 커피를 주문하면 이제 오늘 저녁잠은 다 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싸다고 덜컥 주문해버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랬다, "카페인 부적응자",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빨리 뛰고 새벽이 되어서도 뜬눈으로 잠을 못 자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회의가 있거나 미팅이 있을 때면 자연스레 단체로 준비된 커피를 만날 수 있었다. 사실 다른 음료가 있거나 물이 있는 경우엔 가능하면 그것들을 마시려고 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경우에는 커피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도 나중에 일어날 상황을 알기에 최소한의 양만 마셨다. 그렇게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어김없이 밤은 찾아왔다. 하지만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해도 이상하게 잠은 오지 않았고 새벽을 맞이하곤 했었다. 가끔은 왜 잠이 안 오나? 하며 누워서 곰곰이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다. "왜.... 왜...? 아...! 낮에 커피 마셨구나..." 쉴 새 없이 지나온 하루와 함께 낮에 마신 커피의 기억마저 잊어버렸나 보다. 몇 번의 잠 못 드는 밤을 경험한 뒤에 커피와는 이별을 고했다.


누군가 차를 마시지 않는다고 했을 때 “왜?”라고 묻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했을 때 “왜?”라며 이유를 묻는 사람은 훨씬 많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대중화되고, 커피라는 음료가 주류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웬만한 음식점보다도 더 많은 숫자의 카페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 안에서 차나 다른 종류의 음료를 선택할 순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메인은 커피였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커피라는 대중적인 음료, 혹은 커피시장에 대해서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그저 다양한 기호식품 중에 하나 일뿐이다. 하지만 카페라는 세상 속에서 나는 비주류, 소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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