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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Nov 16. 2019

알수 없는 미래

그래도 안되면 어쩔 수 없죠 뭐...

"부와아아앙~"

아침 출근길 버스정류장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거리, 사람들을 잔뜩 태운 버스가 눈 앞으로 지나갔다.
“아... 저 버스를 탔어야 했는데...”

정류장에 다다르자마자 버스가 도착하기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몇 발자국 남지 않은 거리에 눈앞에서 버스가 떠나버리니 맥이 풀려버렸다.  다음 버스까지 어차피 몇 분은 기다려야 하는 걸 알았기에 터덜 터덜 걸음을 걸으며 정류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정류장에 도착 후 1~2분쯤 지나 사람들도 얼마 없고 여유로운 버스가 도착했다.


기사분이 배차시간을 잘못 맞춘 걸까? 아니면 단순히 운이 좋았던 걸까? 하지만 그 덕분에 아침 출근길은 여유로웠고 편안했다. 늘 일어나는 일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렇기에 반가웠고 기분이 좋았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친구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식당 문을 열고 밖을 나서는 순간이었다. 좀 전까지 조용하던 하늘에서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낮부터 내리던 비였지만 분명 식당을 들어오기 전에는 그치고 있었기에 이대로 그치거나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정작 밖을 나왔을 때 쏟아지는 비는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았고 어딘가 기다리고 있기도 쉽지 않았으니 그냥 그대로 빗속을 뚫고 카페로 이동했다. 


카페에 들어가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바깥의 비는 어느새 멈춰 있었다. 그렇게 쉽게 멈추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비가 순식간에 그치는 걸 보니 조금 기다리다가 출발했어야 했나 라는 약간의 후회가 밀려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없었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편해졌다는데 의의를 두었다.



살면서 많은 순간들에서 때를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밖을 나서도 무슨 일이 생길 줄 모르는 상황에서 앞날을 예측하고 거기에 맞게 선택을 한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인생이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흘러가지 않는 것처럼, 길을 걷다 눈 앞에서 버스를 놓치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버스를 기다릴 수 있는 건,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나왔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다. 그리고 떠나간 버스는 언제든 또다시 올 것이다. 또한 억수로 내리는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비를 맞으며 뛰어가지 않는 것은 아침에 집을 나오며 챙겨 나온 우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거창한 말로 표현하고 싶진 않다. 그냥 현재에 그리고 순간에 필요한 일을 하거나 준비가 되어 있으면 조금은 여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욜로의 시대라고 하여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 하루를 즐기는 것도 좋다. 하지만 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내일의 해는 다시 뜰 테고 피로에 찌든 몸을 이끌고 다시 출근길에 올라야 하는 게 대부분의 인생일 것이다. 

오늘도 중요하지만 다시 시작된 내일에 어제의 나를 후회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가끔 미래의 걱정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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