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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Dec 04. 2019

그 많던 글감은 다 어디로 갔을까?

머뭇거리다 쓰는 글

“자 이제 시작입니다. 30분 드릴게요”

글쓰기 모임에서의 일이다. 주어진 30분 안에 하나의 글을 완성해야 하는 자리였는데 글감이 미리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쓰려고 하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요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일상 속에 생각들이 남겨지지 않았고 그저 스쳐가는 기분이었다. 당장 무엇을 써야 할지 생각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런저런 문장들을 쓰고 지워가는 것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 많던 글감은 다 어디로 갔을까?”

브런치에서 발행되는 여러 글들을 보면 삶에 대한 이야기, 여행에 관한 이야기,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주제들의 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매일매일 새로 등장하는 글들의 숫자만 봐도 엄청나고 단지 며칠만 지나더라도 따라가기 벅찰 만큼 많은 글들이 새로이 발행되고 있었다. 지금보단 어렸을 때 이곳저곳 여행도 다녀왔었고, 사회생활 10년 동안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일들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가급적 회사에 대한 글은 자제하고 있고 일상의 글을 쓰고 있으니 회사 생활 이야기는 글감이 되기 어려웠다. 또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왔다고는 하나 벌써 한참 전의 일이라서 그때의 기억들이 생생하지 않다. 그냥 “아… 내가 거기를 갔었지, 그래도 그 기간이 내게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라는 정도로만 기억이 날 뿐이지 여행 에세이를 쓸 만큼 현장의 생생한 그림을 그릴 수 있기도 어려웠고, 해당 여행에 관한 디테일한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는 글을 쓸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하루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생활을 제외하고 그 외에 삶 속에서 글감을 찾는 수 밖에는 없었다.


“퇴사자도 아니고, 세계여행의 경험도 없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글감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

과거 세계여행을 하고 여행기로 책을 출판한 작가님과의 만남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이런 질문을 했었다. 그 작가님은 대답은 의외로 명료했다. 당장 지하철만 타봐도 그 안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고, 길가를 걸어 다니는 순간에도 주위를 스쳐가는 사람들, 주변의 풍경들, 그런 소소한 일상을 돌아보면 그 안에서 쓸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과거에 그저 드는 생각들로 글을 쓰고 남기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쓰인 글을 읽는 그 누군가에게 “그래서 뭐?”라는 생각보다는 정말 아주 작은 공감이라도 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모든 운동을 시작할 때면 준비운동을 하고 시작한다.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이제 곧 시작할 테니 긴장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하라는 그런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잘해보려고 하면 긴장하고 몸에 힘이 들어가서 부담으로 다가온다. 덕분에 평소라면 편하게 할 수 있는 일들도 어렵게 느껴지거나 잘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욕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편안함으로, 하지만 스쳐가는 생각들을 놓치지 않게 날카롭게 촉을 세우고, 일상 속을 다시 한번 잘 들여다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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