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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Dec 02. 2019

낯선 나를 만나다

아침부터 깜짝 놀랐어요

이른 아침 핸드폰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계를 확인하고 정신없이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단지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잠에서 아직 덜 깨서 그랬던 걸까? 지난주와 다르게 코트를 입고 현관문을 나서는 거울에 비친 모습이 너무도 낯설기만 하다.


"으으으... 춥다아아..."

아침 찬 공기가 허파를 가득 조여왔다. 낯설었던 모습은 뒤로 한채 익숙한 신발을 통해 발 밑으로 느껴지는 감촉은 나 자신이 맞음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서울은 겨울왕국이라도 되어버린 듯 여기저기 온통 두꺼운 패딩들로 버스 안과 지하철은 가득 채워졌다. 아직 본격적인 추워를 느껴보지 못했던 탓인지 왜 이렇게 다들 중무장을 하고 나온 걸까 하는 생각으로 복잡한 사람들 틈 사이에 끼어 지하철 계단을  오르며 아침부터 실소를 터트렸다.


오랜만에 들어선 회사 건물은 아침부터 무슨 행사가 있는 탓인지 어수선했다. 내 자리가 있는 층으로 올라와 분명 다 치우고 갔건만 여기저기 적당히 널브러진 자료들을 정리하고 책상에 앉았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는 한 동료 직원의 인사에 한 2주 되었죠? 라며 덤덤하게 답을 하며 그렇게 하루는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맞이한 일상이었다. 그래 이게 보통의 나의 삶이었는데, 아침 일찍 눈을 떠 정신없이 움직이는 순간순간 거울에 비춰 본 자신이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졌던 걸까. 주말 내내 밀린 정리를 하고 정신없이 쉬기도 하고 이 정도면 적응 기간이 충분하리라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면 새벽까지 잠을 안 자고 있던 탓이었을까? 그냥 멍했던 아침 순간 속에 그리고 이전과 다른 바깥세상이 새롭게만 다가왔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오전 시간은 정신없이 흘렀고 점심시간을 지나 벌써 3시인가 하는 짧은 외침도 무색하게 그 이후 퇴근 시간까지 바뀔 것 없는 바쁜 일상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시 시작된 하루, 하지만 정신 차리니 이미 끝나 있는 하루. 그 속에서 하루를 다시 정리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보았던 내 모습은 낯설었지만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또다시 여기저기 기웃기웃 거리며 삶을 돌아볼 것이다. 뻔한 일상이겠지만 짧은 순간이겠지만 그저 그냥 스쳐 보내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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