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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Dec 01. 2019

준비없이 찾아온 1일

정신차려보니 1일이네요?!

11시 59분 59초...

"째깍, 째깍, 째깍..."

시곗바늘은 어김없이 움직였고 12시가 지나면서 하루가 바뀌었다. 단순히 조금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어제와 오늘이라는 날짜가 바뀌고, 그렇게 어느새 지난달을 지나 새로운 달이 되었다.


매번 1일에는 조금은 색다른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곤 했다. 빳빳한 새 공책의 첫 페이지를 적어가는 기분일까, 라테아트로 가득 채워진 커피의 첫 한 모금을 베어 마시는 기분이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특별히 뭔가 새로운 일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뭐라도 하게 될 때면 평소보단 조금이라도 조신해지는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부러 이렇게 특별히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담담하게 어제와 같은 오늘이려니 하며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같이 들고는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12월 1일이었다. 한 달의 반이상을 정신없이 날려먹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려나, 이것 저것 월말에 마무리 지어야 할 것들을 생각해보다가 주말이라서 그랬을까 뭉뚱그려 주말에 좀 쉬고 나면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리란 생각에 1일이 되어버린다는 생각을 미쳐 하지 못했다.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채 한해의 마지막 달은 내게 다가왔다.


12월은 참 재밌는 달이다. 대표적으로 크리스마스가 있고, 연말 느낌이 있고. 한해를 일을 마감한다는 의미의 종무식도 있을 테고, 게다가 각종 모임과 지인들과의 송별회도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조금 어렸던 시절 매년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다음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다.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이랬는데 다음 해의 크리스마스는 어떨까 하는 무한한 기대와 기대와 기대만을 품은 채로. 하지만 사실 다른 사람들은 어떨는지 모르지만 뭔가 엄청난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기억은 별로 없다. 그래서 그렇게 다음 해를 기약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해의 마지막 달이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할 수 있는 달이기도 하다. 어차피 다이어트는 늘 내일부터, 새해부터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겠다는 다짐을 갖고 버티기에는 한 달이나 남은 시점이니 뭔가 시작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연말이라 바쁠 것이다 라며 지레짐작 아무것도 시도해보지 않기엔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새해가 되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헬스장을 찾고 학원을 등록하고 할 것인가,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한 달 먼저 새해가 되었다는 기분을 누리며 그동안 미뤄왔던 무언가를 시작한다면 다음 달에 시작하는 남들보단 한 발자국 먼저 나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은 그렇게 또 지나갈 것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아쉬움도 어느새 새해의 시작과 함께 무뎌지게 될지도 모른다. 어차피 오늘이 내일이고 똑같은 날인데 유난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을 리셋하며 새로운 맘으로 살아가지 못하더라도 한 달에 한번, 새로운 달을 시작하는 순간에 나 자신을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옷매무새를 다듬듯 마음 또한 다듬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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