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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Nov 30. 2019

일상을 놓치다

잘 지내셨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 눈을 뜨면 회사로 출근한다.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신호등을 건너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간다. 정신없는 오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어김없이 다가오는 점심시간. 짧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찾아오는 오후 시간,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오후 3시 스트레칭을 하라는 사내 방송이 귓가를 스쳐 지나간다. 퇴근 후 저녁시간이 지나고 정리를 마치고 나면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출근길 스치고 지나갔던 생각들, 하루를 겪으며 들었던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 그렇게 마무리되는 글을 올리며 하루를 마감한다. 작가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독자로 돌아가 글을 읽으며 댓글을 달고, 삶을 이야기하며 나눈다. 그렇게 지난 시간 나의 일상들은 너무도 당연할 것 같았고 특별한 어려움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약간의 걱정은 있었지만 할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자신감과 대책 없던 생각은 너무도 당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되어버렸다. 2주간의 중국 출장으로 한동안 아무렇지 않게 누리고 있었던 일상을 놓치고 말았다. 우선 중국 도착하고 컴퓨터를 켜니 인터넷부터가 말썽이었다. 도대체 중국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 걸까? 왜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즐기고 있는 걸 막아 놓고 있는 건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YOUTUBE, GOOGLE 등은 당연하게 접속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DAUM 접속을 막아 놓은 건 도대체 무슨 이유였을까? NAVER는 되던데... 덕분에 브런치에도 로그인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단순히 접속이 안된다고 한들 꾸준히 글을 쓰면 좋았을 테지만 출장기간의 일상은 한국에서의 일상과는 다르게 돌아갔다. 물론 처음 출장도 아니고 대충 예상은 했지만 미팅과 이동이 계속되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퇴근 후에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까지. 처음 며칠간은 마음이 불안하기만 했다.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건가... 다른 새로운 글도 읽어야 하고, 나도 글을 발행해야 하는데... 글을 쓰긴 써야 하는데 이렇게 손 놓고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나자 어느새 일상을 놓치게 되었다. 매일 글을 쓰고 읽으며 붙잡고 있었던 하루가, 일주일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도 지나가던지. 자연스럽게 스치는 생각들은 기록되지 않고 나를 스치며 지나가고 있었고, 하루하루 삶을 나누던 사람들과도 멀어져 가게 되었다. 이렇게 잊혀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짧은 불안감도 들었고 그냥 기왕 이렇게 되어버린 거 다 내려놓고 2주 그냥 푹 쉬자 하는 마음도 같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은 그렇게 흘러 다시 나를 평범한 나의 일상으로 되돌려 놓았다. 그동안 밀린 빨래를 돌리고 밥을 짓고, 집안 정리를 하며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짧게나마 이렇게 적어보며 인사를 하고 있다. 주말이 지나면 또다시 그동안의 삶으로 되돌아 갈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바빠지겠지만 단순히 아무렇지 않게 누리던 나의 작은 행복들을 다시 찾은 것만 같아 기쁘기까지 하다.


<너무나도 사적인 글>

잘 지내셨어요? 

중국 출장을 2주 다녀왔어요. 

덕분에 브런치 접속도 잘 안되고 해서 글도 못 쓰고 본의 아니게 잠수 타고 말았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인사라도 하고 다녀올걸 그랬나 봐요.

한동안 못 볼 것 같은데 잘 지내고 계시라며 말이죠.

다녀오니 날씨가 정말 한겨울이 되어버렸어요.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롱 패딩이 정말 많이 보이던데요.

글을 저렇게 쓰긴 했지만 중간에 어떻게 짧게라도 안부 편지라도 남겨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매일 같이 들락날락 거리며 글을 쓰며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에게 그리고 이 공간에 정이 많이 들었나 봅니다.

혼자만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누가 읽어줄까 하는 걱정과 호기심에 시작했던 글들에서 

안부 인사를 남기는 글까지 하게 되다니 저도 참 이 상황이 신기하네요

잠깐이었지만 떨어져 보니 더 알게 되겠더라고요. 

(하지만 부끄러우니 이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할게요!)

다시 왔으니 이제 또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자주자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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