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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Dec 09. 2019

전단지를 어쩌죠?

추운데 고생 많으시네요

"ㅇㅇ헬스장입니다~"

날씨가 매우 추운 어느 겨울날, 지하철 입구에서 한 청년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날씨가 추운 탓에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손은 대부분 외투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있었고, 전단지를 손에 쥐고 사람을 향해 뻗었던 팔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사실 광고지 한 장을 받아주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긴 하나 이 추운 겨울 길거리 한복판에 서서 전단지를 뿌리고 있는 저 청년의 사정은 무엇이었을까?


전단지는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구청에 신고하고 도장을 받은 후 배포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길가에서 나눠주는 전단지의 경우 구청에 신고를 하고 각각의 전단지에 도장이 찍혀 있는 걸 나눠주는 경우에만 합법적으로 배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존재한다고 한다. 비영리 목적의 광고물의 경우)


살면서 수많은 광고들에 노출되어 살아간다. 길가에 붙어 있는 각종 광고판, 버스나 차량 외부에 붙어 있는 광고, 지하철 안에도 물론 수많은 광고들이 붙어 있어서 잠시 눈길만 돌려도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광고가 눈 속으로 들어온다. 


전단지의 경우는 어떨까? 이건 분명 상대방이 광고를 하고 있긴 하나 그걸 받아주는 어느 정도 개인의 의지가 포함돼야 내 눈에 들어올 수가 있었다.


길가에서 어르신들이 전단지를 나눠주고 계신 걸 보면 가끔은 그냥 이걸 받아줘야 저분들도 얼른 퇴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종종 받곤 했다. 아무것도 아닌데 그거 한 장 받아가면 고맙다는 인사를 하실 때면 괜스레 맘이 미안해졌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디 버릴 곳도 없는데 자꾸 쓰레기를 왜 내손에 떠 넘겨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끔 어느 번화가의 식당가를 걷다가 두 손에 한가득 각종 음식점들의 전단지 뭉치를 받아 들게 될 때면 가뜩이나 길가에 쓰레기통도 없는 판국에 집에까지 들고 올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언젠가는 이쪽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몇 발자국 걷지 않아서 그 전단지가 잔뜩 버려지는 비닐봉지를 발견하기도 했다. 일부러 나눠주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건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잠깐 손에 쥐어진 전단지는 그곳에 대부분 버려지고 있었다. 


나눠주시는 분들이야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눈앞에서 누군가 전단지를 들이미는 상황을 겪게 되면 짧은 순간이긴 하나 이걸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온갖 고민에 휩싸인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 그걸 받으며 지나가는 사람들 혹은 그냥 무심히 스쳐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도 전단지를 받아 들며 문득 생각에 잠겼다. 


"이걸 계속 받아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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