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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Dec 17. 2019

우울해서 쓰다

삶이 참 쓰다

버스 창가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버스가 움직이는 방향대로 걷는 사람들, 또는 반대로 걷는 사람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삶의 목표와 방향대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길을 잃어버린 듯 무기력해진 내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나 궁금해졌다.


우울하다는 감정과 함께 무기력이 찾아왔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이 기분. 무기력하게 며칠을 그렇게 보내버리고 말았다. 


사실 더 바빴어야 했는데, 연말이어서, 아니면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다는 이유로 맘을 조금 놓아버린 것 같다. 결국 그 덕분에 느슨해진 마음의 틈 속으로 우울이라는 녀석이 선을 넘어왔고 무기력이란 녀석이 저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12월 중순이 넘어서 어느새 올해도, 이번 달도 반절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동안 어떻게 살아오고 있었는지 며칠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낭비했다는 생각에 끝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은 듯 글을 쓰지 않았던 것은 왠지 나 자신을 속이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것 조차 핑계일 뿐일 걸까. 하지만 무기력한 일상 속에 나는 없었다. 그저 관성대로 살아가고 있었을 뿐이었으니까.


누군가 학창 시절 중에 언제가 제일 즐거웠냐고 물어보면 고3 시절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고3 시절에는 아침 일찍부터 밤 저녁까지 공부를 제외하면 아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 시절에는 야간 자율학습도 활발하던 시절이었는데 아침 7시 등교하고 학교에서 점심, 저녁 먹고 밤 12시까지 그냥 공부만 하면 되는 시절이었다. 어차피 추억 보정이라고 이미 지나왔으니 그 시절 얼마나 공부가 힘들었는지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생각이 단순한 시절이었던 그때가 가끔씩 그립기도 하다. 단순하지만 목표는 수능시험이라는 단 한 가지로 명확했고, 주위를 둘러봐도 대부분 같은 방향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었으니 삶의 방향에 대해 특별히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삶과 지금의 삶은 너무도 다르다. 어느새 나이가 들어 학교라는 곳은 모두 졸업해버렸고 직장인이 되었고 삶의 방향 또한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삶 속에 놓여있었다. 누군가는 이쪽 방향으로, 또 누군가는 저쪽 방향으로 각자의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그 삶의 가운데 혼자 걷는 사람, 혹은 둘이 걷는 사람 등 비교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비교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무기력과 우울감이 한순간 사라질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어차피 단숨에 끝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어느 순간 또 멈출지 모르지만, 잠시 멈춰 멍하게 있을지라도 주저 않진 않았으니 잠깐 숨을 고르고 또 어디론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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