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작가가 될 수 없다라면
글쓰기를 시작하고부터 글을 써야 한다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글을 쓰고, 또 한편으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가면서도 늘 글을 쓰는 것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엇을 써야 하나?” 하는 막막함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과 글감을 찾느라 받았던 스트레스와 중압감, 그리고 짧은 순간 갖게 된 더 좋은 글을 써야만 한다는 욕심은 글을 쓰는 것과 동시에 글을 읽는 것에도 집중할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글을 읽는 것보다는 더 쉽고 편한 콘텐츠를 찾아 소비하는 시간들이 조금씩 늘어갔다. 휴식이라는 명목이긴 했지만 사실 글을 읽고 사색을 하는 시간보단 멍하니 정신줄 놓고 화면을 바라보고 있고, 이미 완성된 단막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그것들을 만들어낸 그 안에 녹아있는 글에 감탄만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있다가는 좋은 작가는 될 수 없을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그렇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고작 몇 달이 되지 않은 시간 동안에 단순히 글을 쓴다는 이유로 스스로 오만하게도 작가가 되었다는 타이틀을 거머쥐고서는 잊고 있는 게 있었다. 지금의 “작가”라는 짧은 시간이 있기 전에 길고 긴 오랜 세월 동안 “독자”로 살아오고 있었음을.
그래서 새롭게 결심했다. 지금 당장 좋은 작가가 될 수 없다면 좋은 독자가 되기로.
그렇다면 좋은 “독자” 되기 란 어떻게 할 수 있는 걸까?
우선은 읽어야 한다. 취미가 뭐라고 물어본다면 독서라고 할 만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읽어야 한다. 말 그대로 독자 되기인데 읽는 걸 빼놓고 나면 뭐가 남는단 말인가. 그리고 이 과정 또한 단순히 읽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 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아야 한다. 그 안에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도 있을 것이고, 전혀 다른 세상 속에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해결해나갈 수도 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흠뻑 빠져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어린 시절 책은 무조건 소설이지! 라며 소설만 줄곧 읽었던 시기가 있었다. 인생에 재미를 찾기에는 삶이 그리 다양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답답한 교실보다는 상상하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소설 속의 공간이 맘에 들었을지 모른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취업한 이후에는 자기 계발과 경영, 경제에 관한 책들을 주로 읽어 왔었다. 정답도,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는 사회생활의 해답을 책 속에서 찾으려 했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은 남들 사는 이야기가 궁금하고 어떤 생각들을 하나 궁금해서 에세이에 빠져들어 있지만 조금 더 다양한 장르, 예를 들면 과학이나 예술 분야에 관련된 평소 자주 접하지 않았던 글들도 함께 읽으면서 견문을 넓히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으면 한다. 억지로 읽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읽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런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자연스레 삶의 일부가 되어 좋은 독자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