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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앗의 정원 Jan 14. 2022

한 지붕 아래 사는 친구(1)

내 동생은 나만 때릴 수 있다고요!

어린이에게 자매 형제는 부모라는 절대적인 조건을, 지붕을 공유하는 동지다. 인생의 초기 단계에서 만나 평생을 알고 지내는 친구이기도 하다. 각자 서투른 채로 서로의 사회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도 바로 자매 형제다. 
자매 형제의 정이란 참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쌓이는 모양이다. 싫어하면서도 껴안고 껴안으면 웃음이 나고, 그렇다고 다 풀리는 건 아니고, 그래서 늘 할 말이 남아있는 사이.

- 어린이라는 세계 中


우리 집에도 다섯 살 터울의 남매가 산다. 태린이 여섯 살에 태오가 태어났으니, 태린은 태어나 꼬박 5년을 외동처럼 자랐다.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관심과 사랑이 모두 태린에게 쏟아지던 시기였다. 


처음부터 아이는 두 명으로, 터울은 네 살 정도로 계획했었다. 첫째에게 오롯이 사랑을 주고 어느 정도 자란 다음에 둘째를 낳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계획보다 조금 늦은 둘째였지만, 현재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 


태오를 출산하러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여섯 살 태린이도 함께 병원에서 지냈다. 그래서 진통과 출산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아기가 나오는 순간도 보여줄까 하다가 무서워할 것 같아 그 순간은 함께하지 않았다.)

출산 후에도 태린과 미역국을 나눠먹고 아기 보러 신생아실도 함께 다녀오며 그렇게 동생이 생긴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동생을 그리 예뻐하더니, 집으로 돌아오면서 동생을 대하는 태린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갑자기 왜 변한 걸까 생각해 보았다. 병원에서는 아기가 늘 신생아실에 있었고 잠깐씩만 데려와 돌봐주곤 했으니, 여전히 엄마는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그런데 집에서는 늘 엄마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동생이라는 존재가, 태린에게는 버거웠나 보다. 예쁘고 귀엽지만, 귀찮고 얄밉고. 무엇보다 소중한 엄마를 빼앗아간 존재였다. 




어느덧 둘째도 많이 자라 대화가 되기 시작하자, 둘은 조금씩 친해졌다. 

아기 왕자 놀이를 하거나 레고놀이를 하며 함께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둘 사이에 즐거운 경험이 쌓여가니, 태린도 동생을 더 친하게 대하는 것이 느껴졌다. 


결정적인 계기는 코로나였다.

코로나 이후 둘은 사실상 절친이 되었다. 

함께 있는 시간의 80%는 여전히 아옹다옹 다투지만, 아주 가끔씩은 죽이 맞아 예쁘게 지낸다. 

둘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태오가 종종 유치원에서 친구에게 당하고 돌아온 얘기를 하면 태린은 얼굴이 벌게져서 식식댄다. 

"누구야? 만나기만 해 봐라 그냥 확!"

"ㅋㅋㅋ 너는 맨날 때리면서, 다른 애들이 때리는 건 또 싫은가 보네!"


"당연하죠! 내 동생은 나만 때릴 수 있다고요! 태오야, 누군지 말만 해. 누나가 혼내줄게!"

태오는 그 말이 좋은지 씨익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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