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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앗의 정원 Dec 30. 2021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이유

워킹맘과 전업맘 사이

어린 왕자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슬픔에 흐느껴 목이 메었던 것이다.
밤이 되었다.
나는 손에 들었던 공구들을 놓아버렸다.
나의 쇠망치나 볼트 나사, 또는 목이 말라죽는다는 생각이 무슨 그렇게 대단하단 말인가?
한 별 위에, 혹성 위에, 아니 내 별, 이 지구 위에 내가 달래야 할 한 어린 왕자가 있었던 것이다.

-어린 왕자 中


10년 전, 내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일'이었다. 회사에서 성과를 내고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는 것, 그것이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일이라도 되는 양 열심이었다.


그토록 중요했던 그 '일'은,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이 작아졌다.




첫 아이를 낳고 1년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행복했다. 복직을 하며 아이는 회사 근처 어린이집에 다녔고, 나름 평화로운 워킹맘 생활을 했더랬다.


문제는 종종 있었던 출장 아이의 아픔이었다. 며칠씩 다녀와야 하는 출장이 잡히면 아이를 친정이나 시댁에서 돌봐주셨다. 유난했던  모성에 덕분인지, 아이는 나와 한시도 떨어지기 싫어했다. 며칠간의 출장을 마치고 아이를 데리러 가면 아이는  심하게 아팠다.


그날도 출장을 마치고 친정에 아이를 데리러 갔었다. 아이는 며칠 만에 만난 엄마 품에 안겨 잠이 들었는데, 온몸이 불덩이 같았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아이를 살피는데, 아이는 열이 더욱 오르며, (잠시 동안이었지만) 숨도 못 쉬고 정신을 잃었다. 아이를 안고 응급실로 내달리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죄책감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들에게 흔하다는 열성경련이었다. 의사는 흔하다고 말했지만,  숨도 못 쉬고 파랗게 질려가는 아이의 낯빛과 축 늘어진 팔다리를 보는 것은 정말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일, 물론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그 일은 나 말고도 할 사람이 많다. 나는 지금 '나'만을 간절히 원하는 아이 옆에 있어야겠다. 아이 옆에 있어주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나'만 할 수 있는 일이지.'

이 지구 위에, 내가 달래야 할 한 어린이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나를 둘러싼 것을 벗어던지고, 단지 엄마로 사는 것을 선택했다.


"너, 분명 후회할 텐데! 아이들 금방 커. 조금 크면 일하는 엄마를 더 좋아한다더라."


많은 이들이 만류했다. 나 또한 고심했다.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를 원망하게 되지 않겠지? 현명한 선택일까? 아이에게 너무 집착하게 되려나?


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처음과 같았다.

이유는 단 하나. "꼭 나여야만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토록 중요했던 회사의 내 자리는, 사실 나 없어도 잘 굴러간다.

이 아이 옆에 있어줄 수 있는 건 오직 한 사람,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선택에 대한 후회 없이,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지내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아이들은 엄마의 손길을 요구하는 순간이 점점 줄어간다.

그렇게 나의 시간이 점차 늘고 있고, 그 시간에 나는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해나가며 또 즐겁다.


엄마로 지낸 지 어느덧 10년이다.

살면서 무언가에 이토록 몰입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흠뻑 빠져 지냈다.

이제 그 시즌 1의 막을 내리고, 엄마 시즌2를 시작해도 될 것 같다.

매일의 글쓰기가, 시즌2로 가는 길을 잘 안내해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




+덧붙이는 말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늘 따라오는 것이기에,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종종 생각해보곤 한다. 워킹맘으로 지내는 상상을 하다 보면, (그리고 주변의 워킹맘들의 생활을 보면), 그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비록 나는 그리 하지 못했지만, 숱한 어려움을 극복해내며 워킹맘으로 승승장구하는 그들에게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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