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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앗의 정원 Dec 28. 2021

육아와 딩크 사이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종종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아마도 다니던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을 테고, 주말엔 춤을 추거나 여행을 다니며 즐겁고도 '외롭게' 살고 있겠지? 물론 사회적으로 조금 더 성장했겠고, 경제적 능력도 있을 테고,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롭겠지만,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그래, 난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위인이 못 된다. 그래서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지금 걷는 이 길을 선택할 것 같다. 


가까운 친구들 중에 딩크로 지내는 친구가 몇 있다. 그들을 만날 때면 그들이 선택한 그 길 역시 멋지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으로, 여전히 조금은 화려하고 당당한 모습에 살짝 위축되기도 한다. 


우리는 서로의 모습에서 내가 가지 않은 길을 간접 경험하곤 한다. 두 길 모두 매력이 있고 장단점이 명확하기에, 어느 길이 더 낫다고 할 수가 없다. 개인의 선택의 영역이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엄마, 아이를 키우느라 좀 힘들죠?"

여섯 살 둘째 아이는 가끔 뜬금없이 묻는다. 그 표정이 너무나 진지해서 웃음이 났다. 


"엄마는 하나도 안 힘들어. 오히려 행복한걸? 너희들이 있어서 엄마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를 거야! 예전엔 되게 심심했거든. 그래서 너희들에게 참 고마워!"




언젠가 딩크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었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친구들이 돌아간 뒤 첫째 아이가 물었다. 


"엄마, 저 이모들은 아기가 없어요?"

"응."


"그럼 결혼은 한 거예요?"

"응, 이모들 다 결혼했지!"


"근데 왜 아기를 낳지 않아요?"

"음, 글쎄. 엄마도 자세한 사정은 물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그렇데, 결혼하고도 아기를 낳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


"왜요?"

"왜냐하면, 아기를 키우기가 쉽지 않고 또 아기를 낳으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거든. 회사를 그만둬야 할 수도 있고, 친구들도 잘 못 만나고 그래. 아기를 돌봐야 하니까."


"...... 그럼, 엄마도 아기를 낳고 그런 걸 포기한 거예요?"

"맞아. 엄마도 너희를 돌봐줄 사람이 엄마밖에 없어서, 결국 회사를 그만뒀지!"


"...... 죄송해요 엄마."


에잉? 얘기가 왜 이렇게 흘렀지? 

다시 정리를 해야 했다. 


"태린아, 네가 왜 죄송해? 엄마가 회사를 그만둔 건 엄마가 선택한 거야. 엄마는 사실 회사에 다니는 것보다 너희랑 이렇게 붙어 지내는 게 더 행복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엄마는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새롭게 배우는 것도 많고, 예전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정말 만족해! 너희한테 부끄럽지 않은 엄마이고 싶어서, 엄마 되게 열심히 살게 되었거든. 사실 옛날엔 이렇지 않았어!!"

"진짜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내 표정을 살피는 아이에게,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는 걸 몇 번이고 설명해주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이 아릿해옴을 느끼며 간절한 바람을 덧붙여 본다. 


네가 자라 어린이 된 세상에서는 육아를 위해 꿈을 포기하거나 직장을 그만두지 않기를.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닌 축복이기를.

어린이들은 마음 놓고 자라나고 부모들도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서는 육아가 더 이상 한 가정 안에서 책임져야 하는 일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함께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야 할 것이다.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고, 그 안에서 누구 하나 희생하는 일 없이, 그렇게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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