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니생각이고

by 씨앗의 정원

이상형 (理想型)

[명사]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유형.




타인에 대한 기대는 마음을 종종 괴롭게 한다.

기대의 대상만 바뀔 뿐,

기대하고 또 실망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부모의 모습은 이래야 한다!"는 나만의 이상형이 있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부모님은 이상형에 딱 부합하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 친구들의 부모님과 비교해보며 우리 부모님이 내 기대와 달랐을 때, 괴로웠다.


"부부는 이런 모습이어야지!"라는 기대가 또 나를 괴롭게 한다.

괴로운 나는 또 그를 괴롭게 한다.


그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 마음에 분노가 생긴다.

분노하는 마음에게 이성이 말한다.


그가 왜 내 뜻대로 움직여줘야 하는 거지?

그가 내 바람대로 살 수는 없는 거야!


이상형은 말 그대로 이상적인 모습일 뿐이다.

내 이상형에 타인을 맞추려들면 어김없이 괴로움이 시작된다.

그는 그일 뿐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모습을 존중해 주는 것은 꽤 많은 훈련이 필요한 일이다.




며칠 전 주말, 가족들과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라디오에서 장기하의 '그건 니생각이고'라는 노래가 나왔다. 장기하 특유의 독특한 창법으로 시작한 그 노래는 우리 가족의 귀를 단번에 확 사로잡았다. 그의 정확한 딕션 덕분에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귀에 쏙쏙 박혔다.



장기하, 그건 니생각이고 中


내가 너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니가 나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걔네가 너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아니면 니가 걔네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아니잖아 아니잖아 어? 어?

아니잖아 어? 어?


그냥 니 갈 길 가

이 사람 저 사람

이러쿵 저러쿵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해도

상관 말고

그냥 니 갈 길 가

미주알 고주알

친절히 설명을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해도

못 알아들으면 이렇게 말해버려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알았어 알았어 뭔 말인지 알겠지마는

그건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니 생각이고



노래를 들으며 아이들이 환호했다!

뒷좌석에 앉아 연신 '그건 니생각이고~' 파트를 목청껏 따라 부르는데, 왠지 뜨끔했다.

마치 나한테 하는 소리로 들렸다.


"아빠, 이거 연속 재생해주세요!"


급기야 이런 요청을 하더니, 계속해서 노래를 따라 부른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나는 점점 작아졌다.

아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에 스친다.


"이거, 나한테 하는 소리 같아."


아이들한테 들리지 않게 남편에게 소곤댔더니,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씨익 웃는다.




내 기준으로 타인의 행동을 판단하고 평가할 때,

나 자신에게 따끔하게 이 소리를 날려줘야겠다.

그건 니생각이고!



아, 그리고,

누군가 나를 괴롭게 하거나 혹은 누군가가 못마땅한 생각이 들 때

이 노래를 한 번씩 들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keyword
이전 15화차도남이 6년간 텃밭에 따라다니면 생기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