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shall, pass away.
느낌은 흘러간다.
그런데도 한순간의 느낌에 속아 나를 놓쳐버린 날이 얼마나 많았는지.
어떤 느낌에 사로잡힌 나를 본질적인 나라고 착각하지 말 것,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이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느낌에도 분명 생로병사가 있으니 현재의 느낌 속으로 충분히 육박해 들어가 느낌의 한 생애를 이해할 것,
불을 쓰다듬어 보고서야 뜨거움을 알게 된 아이처럼
나는 화상 입은 영혼에 붕대를 감고 오직 그 사실만을 기억하려 한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中-
This, shall, pass away.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시절, 두려움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중얼중얼 주문처럼 끊임없이 이 말을 되뇌며, 나는 그렇게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다.
여러 경험이 쌓이고 점차 나이가 들어가며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감정은 크게 솟구치지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지도 않게 되었다. <끝>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슬픔과 아쉬움이 떠오르지만, 그 뒤를 따르는 것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과 설렘 같은 기분 좋은 감정들이다.
아이들이 심하게 다투던 어느 날, 하루 종일 혼도 내고 달래도 보았지만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싸움은 계속되었고, 끊임없이 서로에게 아픈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얘들아, 우리 가족이 언제까지 이렇게 같이 살 것 같아?"
뜬금없는 엄마의 말에 아이들은 순간 멈춤 상태가 되었다.
"너희 둘이 평생 이 집에서 함께 사는 건 아니야. 성인이 되면 각자 가정을 꾸려 따로 살게 될 거야. 우리 네 가족이 이렇게 함께 사는 시간은 고작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멀뚱멀뚱 눈을 끔벅이는 아이들을 보며, 열 살, 다섯 살 어린이가 과연 이 말을 이해하고 있을까 싶어, 다시 얘기를 이어갔다.
"잘 생각해봐. 엄마도, 원래는 할머니 할아버지랑 삼촌들이랑 살았잖아. 그런데 이젠 각자 다른 집에서 살고, 자주 만나지도 못해! 너희도 나중에 어른이 되면 그럴 거야. 그러니까 우리, 남은 시간만이라도 싸우지 말고 더 행복하고 평안하게 지내보자!"
다섯 살 아이는 여전히 천진난만한데, 열 살 아이의 표정이 순간 멍해지더니 작은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애틋한 표정으로 동생을 바라보는 아이를 보며, '오, 이게 통하는구나' 속으로 흐뭇해했다.
그러나 작은 깨달음의 시간 역시 이내 흘러가버리고,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투닥거리며 지낸다.
사실, 아이들에게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나 싶다.
남편이 뭔가 마음 상하게 하는 행동을 하면, 마음속이 부글부글 아주 복잡해진다.
아이들이 보고 있으니 시원하게 쏘아붙이지는 못하고, 혼자 소심하게 남편을 들들 볶으며 하루가 지난다.
그렇게 혼자서만 피곤한 하루를 마치며 침대에 누웠다.
편안해진 몸 때문인지 마음이 풀어지며, 유치했던 내 모습이 보인다.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 역시 끝이 있다 생각하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성질부려서 미안해."
소심한 괴롭힘에 대해 사과를 하면 남편은 그저 웃을 뿐이다.
이 집에서 우리 넷이 함께, 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이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 순간이 소중해진다.
책 읽어달라, 놀아달라 하루 종일 엄마 옆을 떠나지 않는 아이가 힘에 부치다가도, 조금 크면 이제 친구 만나러 나가느라 바빠질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며, 얼굴을 부비며 끌어안아본다. 엄마가 제일 좋다고 해줄 때 열심히 놀아줘야 나중에 아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