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노래를 불렀던 때가 언제였죠?

by 씨앗의 정원
어느 아메리카 원주민 치유사는 병든 사람에게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노래를 불렀던 때가 언제였죠?"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中>


내가 마지막으로 노래를 불렀던 것은 어젯밤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직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으니, 현재 시점에서 내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내놓은 소리는 노래다.

그 사실을 생각하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엄마, 노래 불러주세요!"


아이들은 엄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잠들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밤 노래를 한다.

불을 모두 끄고, 보들보들한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당겨 덮은 뒤 노래를 시작한다.


선곡은 철저히 내 취향으로, 주로 잔잔하고 가사가 좋은 노래가 선택되곤 한다.

이상은 <비밀의 화원>, <언젠가는>, 윤도현 <가을 우체국 앞에서>, 산울림 <회상>, 아이유 <밤 편지> 등,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옛 노래들이다.


아무래도 자장가이니, 차분한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한다.

방금 전까지도 재잘대던 아이들은 숨소리조차 죽이고 엄마의 노래를 듣는다.

100% 집중해 들어주는 청중이 있으니, 나도 목소리를 더욱 가다듬고 진심을 담아 노래해본다.


어떤 날은 여러 곡을 불러도 말똥말똥한 눈으로 추가 신청곡을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노래 한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아이들이 잠든 뒤에도 나는 부르던 노래를 끝마친다.


어느 날엔가,

몸이 몹시도 고단하여 노래 부를 힘조차 없어,

자장가를 불러달라는 아이들에게 오늘은 엄마가 너무 힘이 없으니 그냥 자자 달랜 뒤 눈을 감았다.


아이는 잠시 말이 없다,

내가 불러주었던 노래를,

그 예쁜 목소리로 불러주었다.


깜깜하고 조용한 밤,

따스한 이불속에서,

오로지 아이의 노랫소리만 들려온다.


아이의 목소리가,

노래하는 그 마음이 예뻐,

감은 눈 틈을 비집고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나왔다.

아이들이 왜 엄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잠들기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이들 덕분에 나는 매일을 노래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노래를 부르는 한, 몸과 마음에 별 탈이 없으며, 설사 아프더라도 머지않아 회복할 수 있다고 한 아메리카 원주민 치유사의 말처럼, 이리저리 부딪히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더라도, 그날의 마지막 순간에는 노래가 함께 하는 매일을 보낼 수 있어 다행이다.


아이가 유난히 좋아했던 노래, 비밀의 화원 가사를 적어본다.

나도 이 노래를 들으며 많이 위로받고 힘을 냈었는데,

아이도 이 노랫말이 무척 마음에 든다고 했다.



<비밀의 화원>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은 걱정 없이
아름다운 태양 속으로 음표가 되어 나네
향기 나는 연필로 쓴 일기처럼 숨겨두었던 마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어 비가 와도 젖지 않아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투성이고 외로운 나를 봐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난 후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질 거야 그대가 지켜보니
힘을 내야지 행복해져야지 뒤뜰에 핀 꽃들처럼
점심을 함께 먹어야지 새로 연 그 가게에서
새 샴푸를 사러 가야지 아침 하늘빛의 민트향이면 어떨까
난 다시 꿈을 꾸게 되었어 그대를 만난 후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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