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ll we dance?

by 씨앗의 정원
춤추고 싶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가령 인도에서 사흘 밤낮을 기차를 타고 가다 지평선에서 붉게 달궈진 동전 같은 해가 떠오르는 것을 봤을 때가 그랬다.






다.

춤추고 싶었던 순간마다
나는 죽음 너머에서 후회 없는 한생을 맛보았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中




무기력하고 외로웠던 시절, 생뚱맞게도 나는 춤이 추고 싶었다.

춤이라도 추면서 삶이 좀 즐거워지기를 바랐던 것 같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춤을 추었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내 몸에 이런 근육들이 있었구나!'


평소 취하지 않던 몸동작을 하려니, 몸의 느낌이 생소했다.


사회 초년생,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기만 하던 시절이었다.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신감을 잃고 잔뜩 웅크리던 몸을 펴고 팔다리를 쭉쭉 뻗으니, 그 틈으로 자유로움이 차올랐다.

어린애처럼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춤을 추고, 큰 소리로 웃고, 땀 흘리며, 생소한 감정들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춤은 내 20대 후반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오랜 친구였던 그와 막 썸을 타기 시작할 무렵, 우린 함께 스윙바를 찾아 춤을 추곤 했다.

오래 이어온 관계를 바꿀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서로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던 때였다.

일주일에 한두 번, 서로의 호흡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바라보며 감미로운 재즈에 몸을 맡기던 그 순간만큼은 마치 연인이 된 것 마냥 솔직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었다.


결혼 후, 한동안 우리가 함께 춤추던 그 공간을 몹시 그리워했다.

엄마가 집에 오셨을 때, 엄마께 아기를 부탁하고 남편과 홍대에 갔다.

3-4년 만이었던가?

우리는 함께 걷던 골목길을 샅샅이 훑으며 마음에 담았다.

재즈가 흘러나오던 바 앞에 도착하니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곳에는 여전히 수많은 웃음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신발 끝에 느껴지는 익숙한 마룻바닥의 감촉을 느끼며, 원 없이 춤을 췄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몹시 홀가분해졌다.


"나, 이제, 여기 다시는 오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땀으로 축축해진 머리칼을 만지며,

이제 더 이상 그곳을 그리워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

우리가 바에서 함께 춤을 추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겠구나.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안녕!

그렇게 무사히, 홍대 스윙바와 이별의식을 치러냈다.




집에서 음악을 듣다가,

재즈가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스텝을 밟곤 한다.

슬쩍 남편을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면 우리는 슬금슬금 몸을 일으켜 두 손을 맞잡는다.

층간소음방지용 매트 위에서 스텝을 밟아본다.

여전히 스윙댄스는 즐겁다.


스윙아웃 몇 번 못했는데, 이내 아이들이 우다다다 달려든다.

남편은 딸 손을 잡고, 나는 아들 손을 잡고

뱅글뱅글 돌려주며

그렇게 우리의 춤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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