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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맛공방 Nov 12. 2020

‘하우스 푸어’ 현상과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부동산

질문 하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물건 중 가장 비싼 것은 무엇일까? 금? 다이아몬드? 아니다. 바로 집이나 땅 같은 ‘부동산(不動産)’이다. ‘부동산’이란 말 그대로 ‘붙박혀 있어 갖고 다닐 수 없는 재산’을 말한다. 물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단일품목으로 ‘부동산’만큼 비싼 상품은 세상에 없다. 

그런데 최근, 이 부동산 값이 떨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생겨난 신조어가 바로 ‘하우스 푸어(house poor)’이다. 이 말은 ‘집 가진 가난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가만히 음미해보면 조금 이상한 말이다. 집을 갖지 못한 사람이 절반이나 되는 현실 속에서 ‘집 가진 사람이 어떻게 가난하단 말인가?’하는 의문을 낳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우스 푸어’라는 말은 단지 ‘집 가진 빈자’를 의미할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집이 있음으로 인해 가난해진 사람’을 말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일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의 양상부터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값이 떨어지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일생에 한두 번 겪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문 일이다. 반대로 부동산 값이 오르는 일은 일상적이다. 그 때문에 집은 단지 주거 공간의 기능을 넘어 재산을 늘리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물가나 임금이 오르는 속도보다 더 빨리 집값이 오른 까닭에 집 가진 사람들은 더 부자가 되었다. 한편 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졌다. 집값이 오르면 덩달아 전세나 월세도 올랐기 때문이다.      


하우스 푸어의 탄생

부동산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격차를 더 벌려 놓는 주된 요인이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되자, 그리 잘 살지 못하는 사람 중에서도 조금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은행에서 다소 많은 돈을 빌려서라도 집을 사놓는 것이 여러 가지로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놓으면 1~2년 마다 이리저리 이사 다니지 않아 좋고, 집주인 눈치를 보면서 살 볼 필요도 없다. 나아가 이자를 초과해 집값이 오른다면, 그것으로 은행 빚도 갚고, 부도 축적할 수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지금처럼 집값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빚내서 집 산 사람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기 돈 7천만원에 은행 빚 1억 3천만원을 보태어 2억원짜리 집을 샀다고 하자. 그런데 집값이 어느 날 1억 5천만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면 그는 대부분이 빚으로 이루어진 집을 갖고 있는 셈이 된다. 이런 사람이 바로 ‘하우스 푸어’이다.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이 되면, 빌려준 돈을 못 받지 않을까 불안해진 은행은 빚을 빨리 갚으라고 독촉하게 된다. 만약 대출기간이 끝나고도 빚을 안 갚으면 높은 이자를 매겨 압박한다. 이자를 제때 물지 못하면 빚은 더 늘어난다. 집을 팔아 빚을 갚고 새출발하려 해도 여의치 않다. 싼 집들이 많이 시장에 나와 있을 뿐 아니라, 집 사려는 사람들은 더 집값이 떨어질까 싶어 더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우스 푸어’는 자산 소득 감소, 원금 변제 독촉, 이자 폭탄에 시달리게 된다.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

부동산 때문에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는 것도, 반대로 ‘하우스 푸어’가 생겨나는 것도 모두 ‘개인이 땅을 소유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런 관념이 당연한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땅은 공기나 물처럼 ‘자연 그 자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여기 있는 공기와 물은 내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각해보라. 조금 이상하게 생각될 것이다. 그런 생각은 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땅은 모든 생명의 어머니이다. 땅에서 농산물이 자라고, 동물들이 살고, 인간이 활동한다. 생태적으로 보았을 때, 땅은 개인의 것이 될 수 없음은 물론 인류의 것도 아니다. 모든 생명의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땅은 모든 경제활동의 기반이기도 하다. 땅과 연관되지 않은 인간의 경제활동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땅의 공공성에 주목한 경제학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헨리 조지’이다. 그는 땅은 본래 공공재산이기 때문에, 개인이 갖는 것은 부당하며, 공유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겼다. 이렇게 개인이 토지를 소유할 권리가 있다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개념을 ‘토지공개념’이라 한다. 

헨리 조지는 ‘토지공개념’을 토대로 현실과 정반대되는 생각을 했다. 토지 소유자가 월세나 전세 같은 형식으로 지대(토지 임대료)를 거두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토지 점유의 대가로 지대를 사회에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토지 소유자들은 노동이 사용될 ‘조건 자체’를 독점함으로써 타인의 자연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토지 소유자가 지대를 내는 제도를 ‘지대 조세제’라 한다. 

이처럼 토지를 재테크의 수단으로 보느냐, 사회 공공재로 보느냐에 따라 지대를 물어야 할 사람이 정반대로 달라질 수 있다. 당신은 둘 중 무엇이 맞다고 생각하는가? 부동산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 헨리 조지는 묻고 있다.           


글쓴이

박민영. 인문작가. 글맛 공방 대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오래 글쓰기 강의를 했다. 『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문내공』 등 글쓰기 책과 『반기업 인문학』,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등 인문사회과학서를 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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