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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맛공방 Nov 25. 2020

공공매체에 글을 쓴다는 것

여기 습작기에 있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습작으로 쓴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꾸준히 올렸다. 또 한 사람은 자신이 쓴 글을 신문이나 잡지 같은 공적 매체에 꾸준히 투고했다. 누가 더 빨리 글 실력이 늘겠는가? 후자다. 그 이유는 공적 매체가 블로그보다 예비 작가의 노력을 효과적으로 채찍질하기 때문이다.

우선 블로그에 쓰는 글은 아무런 제약이 없다. 주제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블로그는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익명으로 쓸 수도 있으며, 글의 질에 상관없이 그냥 올리면 된다. 그것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글쓰기다. 독자 타깃이 없다는 말이다. 내 글을 누군가 봐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한마디로 블로그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보장한다.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그것은 장점으로 여겨지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 때문에 충실하지 못하고 게으른 글쓰기가 되기 쉽다.

공적 매체는 글의 분량, 성격, 형식, 독자층, 원고 마감이 정해져 있다. 필자는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밝혀야 한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쓴다는 말이다. 그것은 글에 대한 책임감이 무거워진다는 의미다. 공적 매체는 어느 정도 글의 질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예 실어주지 않는다. 공적 매체는 일정한 성격을 갖고 있으며 그에 맞는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필자의 입장에서 공정 매체에 글이 실린다는 것은 그 매체의 독자를 나의 독자로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예비 작가는 구체적인 독자층을 의식하고, 그들을 타깃으로 삼아 글을 쓰게 된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투고는 진지하고, 부지런히, 책임감을 갖고 글을 쓰게 만든다.

-졸저 <인문내공>에서


글쓴이

박민영. 인문작가. 글맛 공방 대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오래 글쓰기 강의를 했다. 『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문내공』 등 글쓰기 책과 『반기업 인문학』,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등 인문사회과학서를 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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