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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맛공방 Nov 26. 2020

자료는 어떻게 글이 될까

자료를 정리하면 문장력이 좋아진다. 자료 정리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만 ‘베껴 쓰는’ 과정이다. 베껴 쓴 이후에도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주 그 자료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좋은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입력된다. 자료 정리를 하다보면 사용하는 단어의 양이 늘고, 어휘의 개념과 지시성에 대한 감각이 섬세해지며, 문장과 표현이 정밀해지고, 논리적 사고 및 언어 사용 능력이 생겨난다. 심지어 문장의 리듬감까지 익힐 수 있다. 문장이 좋아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좋은 방법을 놔두고 따로 문장력을 강화하기 위해 문법, 맞춤법을 공부하거나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책을 통째로 베끼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자신의 부족한 어휘량’을 채우기 위해 사전을 외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시간 대비 효과가 낮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자료 정리’만 한 것은 없다.

자료 정리는 논리와 근거를 준비하는 과정이면서 지적 도약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며, 백지에 대한 공포, 글감이 생각나지 않는 문제, 문장력과 어휘 부족의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하는 과정이다. 흔히 사람들은 작가들이 책상에 앉은 이후에 글쓰기 작업을 그때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작가들은 대개 책상 앞에 앉기 전에 이미 전체 공정의 절반 이상을 해놓는다. 자료를 충분히 모아놓는 것이다. 그 작업은 마치 새가 둥지를 짓기 위해 잔가지를 물어 나르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전달할 메시지를 정한다. 좀 과장하자면, 작가들이 책상 앞에서 하는 작업이란 ‘잔가지들을 어떻게 배치해야 머릿속으로 생각한 둥지가 완성될 것인가’ 고민하면서 잔가지를 이리저리 배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졸저 <인문내공>에서


글쓴이

박민영. 인문작가. 글맛 공방 대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오래 글쓰기 강의를 했다. 『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문내공』 등 글쓰기 책과 『반기업 인문학』,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등 인문사회과학서를 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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