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적 활동에서 글쓰기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은 결정적이다. 글쓰기는 지성적 활동의 ‘일부’가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이른바 지성인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인간이 자신을 표현하는 직접적인 방식은 두 가지 외에는 없다. 말하기와 글쓰기. 그러나 지적인 존재로서의 자신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묻는다면 단연 글쓰기다. 왜냐하면 우리는 말 못하는 지성인을 상상할 수는 있어도, 글 못 쓰는 지성인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어떤 사람이 뛰어난 지성을 갖추고 있지만 말을 더듬는 습관이 있는 경우를 상상할 수 있다. 혹은 성격이 너무 소심하고 내성적인 까닭에 대중 앞에만 서면 떨려서 말을 잘 못할 수도 있다. 아니면 어릴 때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있어 말을 잘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지성인으로서 글을 못 쓰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글을 못 쓰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스스로를 ‘지성인’으로 부른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그는 그냥 지성인이 아닌 것이다.
-졸저 <인문내공>에서
글쓴이
박민영. 인문작가. 글맛 공방 대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오래 글쓰기 강의를 했다. 『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문내공』 등 글쓰기 책과 『반기업 인문학』,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등 인문사회과학서를 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