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적으로 생각하기
『장자』 「소요유」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북극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곤(鯤)이라 한다. 곤의 길이는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그것이 변해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鵬)이라 한다. 붕이 날아오르면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고, 물방울은 삼천리나 튀어 오른다. 붕은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나 올라가며, 한번 날으면 육개월 동안 날은 후에야 비로소 쉰다.”
만약 우리가 붕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어떨까요? 높이 오르는 만큼 세상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인문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붕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인문적 사유는 첫째, 세계 전체를 문제 삼습니다. 이것은 특정 문제나 분야만을 문제 삼는 전문가적 사유와 반대됩니다. 둘째, 사유의 대상이 되는 것을 거리를 두고 보려 합니다. 이렇게 하면 생각이 공평무사(公平無私)해져서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셋째, 먼 전망을 중시합니다. 먼 전망은 ‘세계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그것이 자신의 철학을 낳습니다.
사람이 자기 철학을 갖는 것은 중요합니다. 철학은 세상을 보는 틀입니다. 철학이 있으면, 여러 가지 현상이 그 틀을 통해서 해석됩니다. 반대로 철학이 없으면 눈에 보이는 것이 있어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속담 중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지요. 구슬이 지식, 정보, 경험을 의미한다면, 철학은 이것을 하나로 꿰는 실입니다. 실이 있어야 구슬이 꿰어져 목걸이가 되듯이, 철학이 있어야 지식, 정보, 경험이 의미 있는 것으로 바뀝니다. 철학이 없으면 지식, 정보, 경험을 아무리 많이 쌓아도 서로 관련을 맺지 못하고 여기 저기 흩어져 머리 속을 둥둥 떠다닐 뿐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자기 철학을 가질 수 있을까요? 자기 철학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독서와 경험이 풍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기 철학이 생기기 위해서는 읽은 것을 ‘혼자서’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읽은 것 중에서 자신이 동의하는 것은 베끼고,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다른 관련 자료를 더 찾아보고, 이 내용과 저 내용을 비교해서 그 차이점을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기만의 사유 체계를 완성해나갈 수 있습니다. 얼마나 책을 많이 보느냐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혼자 공부하고 탐구하는 시간을 얼마나 충분히 갖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인문적으로 책 읽기
많은 청소년들이 독서를 싫어하는 것이 현실일입니다. 많은 청소년들은 독서를 인내심 시험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독서가 재미없는 것이 되어버린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주로 어른들이 보라는 책을 봐 왔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권하는 책 중에는 좋은 책도 많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강요가 되면 따분해집니다. 책을 읽어야 할 동기와 의지가 부족하거나 없는 상태에서 읽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독서에서도 자율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율적으로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어 나가야 합니다.
인문적 사유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인문사회과학서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문사회과학서란 철학, 문학, 역사, 사회학, 법학, 정치학, 경제학 같은 분야의 책을 말합니다. 인문사회과학서가 어떤 책인지 감이 잘 안 온다면, 서점에 가보세요. 서점에 가면 ‘인문사회과학’ 코너가 있는데, 그 코너들을 둘러보면 흥미로운 책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인문사회과학서는 저자의 생각들이 가장 조밀하고 체계적으로 직조되어 있는 책입니다. 그런 까닭에 이런 책을 읽으면 생각의 엔진이 장착됩니다.
책을 읽어나가는 원칙은 첫째, 자신의 내적 욕구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합니다. 관심도 없는 주제의 책을 억지로 읽는 것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아예 독서를 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진짜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자문하고, 그에 관련된 책이 있는지를 스스로 찾아 읽으세요. 둘째, 자신의 지적 수준에 맞게, 너무 어렵지 않은 책을 골라 읽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계속 쉬운 책만 읽으면, 지적 발전이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힘들더라도 조금씩 어려운 책에 도전해나가야 합니다. 어려운 책이 모두 좋은 책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깊이가 있는 책들은 어느 정도 어렵습니다. 셋째, 되도록 시간의 검증을 받은 책을 골라 읽으세요. ‘시간의 검증을 받은 책’이란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책입니다. 그것이 소위 ‘양서’입니다.
인문적으로 글쓰기
일반적으로 글쓰기가 잘 안 되는 이유는 가장 기본적인 것에 있습니다.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글을 쓰려고 욕심을 냅니다. 그러면 좋은 글이 될 수 없습니다. 우선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간절한 메시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고자 하는 말이 많아야 합니다. 그랬을 때, 풍부하면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이 쓰여질 수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글쓰기를 테크닉의 문제로 생각합니다. 테크닉만 잘 배우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러나 글은 정신의 표현입니다. 자신의 정신적 높이가 낮은 수준에 있다면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테크닉이 전혀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문법에 맞는 글쓰기나 문단 나누기 같은 테크닉은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 한권만 보면 금방 이해될 것입니다. 결국 글쓰기는 사유의 문제가 가장 큽니다. 고매한 정신을 갖기 위해서는 흔히 말하듯 많이 생각하고, 많이 읽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독자들은 책을 보면서 ‘작가들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을 알지?’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독자들이 잘 모르는 것 중 하나는 글 쓰는 사람들 대부분이 메모광이라는 사실입니다. 작가들은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메모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도 모조리 적어놓습니다. 여러분들도 떠오르는 생각들을 꼼꼼히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세요. 메모한 생각들은 잘 잊어먹지 않을 뿐 아니라, 나중에 좋은 글감과 자료가 됩니다.
글감은 나와 나의 주변에서 찾는 것이 좋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문제에 대해 글을 쓸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아무래도 내용도 추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글의 진정성도 떨어지기 쉽지요. 진정성이 떨어지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닙니다. 글감은 나와 내 주변의 문제로부터 발견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늘 돌아보고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가 갖고 있는 고민, 학교나 학원,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좋은 글감입니다.
그러나 관찰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글감과 관련된 책이 있는지를 찾아서 읽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반에서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불쌍하게 생각되었다면, 왕따 문제를 다룬 책을 찾아서 읽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신이 고민했던 문제나 경험했던 일들의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내용을 컴퓨터에 잘 정리합니다. 그러면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순서대로 어떻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를 것입니다.
글쓴이
박민영. 인문작가. 글맛 공방 대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오래 글쓰기 강의를 했다. 『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문내공』 등 글쓰기 책과 『반기업 인문학』,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등 인문사회과학서를 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