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윌리스의 『학교와 계급재생산』에 대한 서평
이명박 정권 때 만들어진 마이스터고는 장인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마이스터고의 학생들은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학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취업 시장에 내몰려 차별받고 있다. 또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최저임금을 겨우 보장하는 안전하지 못한 노동 현장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해주는 일자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취업프로그램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근로 실습과 같은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의 고용주들에게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이런 현실에 “오랜 기간의 실업을 기꺼이 감수하는, 그래서 산업의 상황에 따라 도구적으로 이용되는 노동자들이 계속 생겨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저자가 우려하는 지점은 한국의 학생들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이는 자기계발과 취업을 위해 실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이 실제로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누구든지 실력만 있다면 출세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학교는 아무것도 약속해주지 않으면서 학생들에게는 자기계발을 하고 계급 상승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에는 개인주의적 논리와 계급상승 이데올로기가 숨어있다. 학교가 내거는 교육의 취지와는 반대로 계급 재생산과 불평등 심화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학교의 시스템에 순응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교육 시스템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도 존재한다. 저자는 기존 학교 시스템을 거부하는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반학교 문화에 주목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 각 개인이 아니라 ‘싸나이들’과 싸나이들이 만들어내는 ‘반학교 문화’에 주목한다.
저자는 도시 출신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12명의 노동자 계급의 아이들은 ‘싸나이’로 불리며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 또 교육에 순응적인 아이들을 무시한다. ‘싸나이’들의 태도와 언어는 노동 현장에서 발견되는 노동자계급 문화의 특징과 유사하다.
저자는 노동자계급 문화와 유사한 반학교 문화가 교육의 핵심에 있는 모순을 간파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학생은 순응적으로 이데올로기적 규정을 받아들이고 수행하지만 ‘싸나이’들은 학교 시스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데올로기적 규정을 분쇄하려고 시도한다고 말한다. 반학교 문화에는 학교 교육과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넘어서 기존 교육 시스템을 비판한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싸나이들’ 재생산해 내는 문화가 모두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싸나이들’이 여학생들과 소수민족 학생들을 차별하고 배타적으로 대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문화는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반학교 문화는 학교가 만들어내는 불평등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이데올로기적 규정을 비판할 힘을 가지고 있다.
글쓴이
채영.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다양한 글을 쓰고 싶은 대학생.
* 이 글은 '글맛 공방'의 '서평 쓰기'를 수강한 분이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