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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맛공방 Feb 17. 2021

계급의 되물림과 교육제도

폴 윌리스의 『교육현장과 계급재생산』에 대한 서평

“현재를 즐겨라!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과 현재에 충실하라.”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1990년 미국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등장하는 존 키팅 선생의 명대사이다. 10대들을 위한 교육은 앞으로 수 십년 후 우리 사회의 미래를 좌우한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교육제도의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 부모 세대는 물론 보다 낳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이 가진 고민거리이자 관심사이다.     

 폴윌리스의 ‘교육현장과 계급재생산’은 대다수 노동 계층 자녀가 학교생활을 통해 스스로 노동직을 택하게 되는 현상을 직접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심도 있게 조사한다. 책 자체가 1977년도에 출판되었고 영국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삼고 있어서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에 만연한 계급의 되물림을 비롯하여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격차 문제를 연상시켜준다. 과거에 있었던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당시 영국 미들랜드의 공업지대 ‘해머타운’에 형성된 전형적인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회피하는 노동계층 남학생 12명으로 이루어진 집단과 나눈 다양한 인터뷰와 생활일지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반학교 문화(학교에 대항하는 문화)에 대해 분석한다. 계층은 단순하게 되물림하지 않는다. 학교 내에서 끊임없이 취업지도와 취업상담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반학교 문화을 통해 자신들의 장래를 스스로 근육노동자로 정하고 현실 세계에서도 노동직을 선택한다.           

“약자가 저녁 무렵 더욱더 약한 이들을 두둘겨 팬다. 신음 소리가 울려퍼지면 블루스는 더욱더 박차를 가한다. 보이지 않는 자유를 갖고자 보이지 않는 총을 쏘아댄다. 진정한 자유의 목소리를 내게 들려다오.” (‘TRAIN TRAIN’ - THE BLUE HEARTS)

이 곡은 1989년 일본 드라마 ‘하이스쿨 낙서’의 주제가이다. 드라마의 배경은 일본 내 공업고등학교이다. 신임 여교사가 학교에 부임하면서 일어나는 교사와 학생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와 학교와 학생 간의 충돌을 그려낸 당시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다. 드라마 주제가의 가사처럼 사회적 약자인 ‘백인 남성 노동계층’이 자신보다 약하다고 여기는 ‘여성’이나 ‘흑인’을 비하하면서 우월의식을 갖고자 하는 모습은 오늘날 미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학생들의 아버지는 대부분 ‘백인 남성 노동계층’이다. 대부분 가부장적이며 기술력으로 대가를 받는 자신들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마인드는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계승된다. 한 가지 섬뜩한 사실은 오늘날 트럼프를 지지하고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이들 대다수가 ‘백인 남성 노동계층’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러스트벨트’와 같은 공업지대 노동자들은 더이상 과거와 같이 일자리를 갖기 어려워지자 그 원인을 전세계적인 무역구조의 변화에서 찾기보다 흑인과 여성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들을 대변해 줬던 것이 트럼프였으며 그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표명했다.            

교육의 위기는 학교 교육 장소에서 일어나는 계급 대립에 있으며 문화와 사회의 재생산과정에서 일어난다. 노동자 계층 자녀들은 수업에 충실하기보다는 자신들의 통찰력을 통해 실질적으로 세상에서 통용되는 자질을 과시한다. 그들이 지닌 통찰력은 미성숙해서 사회 전반적인 현상을 거시적으로 내다보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에는 그들 부모와 동일한 노동자라는 직업만이 자신들이 선택해야 할 길이라고 선을 긋고 만다. 이러한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기표현 능력을 높이고 상징 조작을 위한 기량을 갖추는 것이다. 

전반적으로는 사회 구조적인 기반에 요인이 있으므로 교육 분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구체적으로는 교직원 단체 결합체가 전국적으로 조직되어 노동계급의 이해관계를 떠맡을 수 있는 정치적 행동을 통해서만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젊고 희망으로 가득 찬 10대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조차 스스로 포기하도록 만드는 환경을 바꾸고자 저자는 이 책의 집필에 몰두했음을 책을 읽으면서 감지할 수 있다. 

1990년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존 키팅 선생님의 자상하면서도 개방적인 수업 풍경을 보며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눈을 감고 학생이 된 자신을 감정 이입해 보기도 했다. 미국 버몬트의 개신교계 귀족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학생들은 키팅 선생님에게 자극을 받고 모임을 구성해 친구들과 토론하고 시를 낭독하며 자유로운 학교생활을 한다. 

10대의 나이에 오직 공부 그리고 사회적 성공만을 지향하는 삶 말고도 다른 것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도록 키팅 선생은 그의 이상을 교육방식으로 발현한다. 교과서의 내용을 외우고 배우고 익혀야 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수업. 눈치보는게 아니라 스스로를 깨우쳐 가는 과정이 진정한 학교생활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저자가 의도했던 바는 계층 문제의 해결과 더불어 앞으로 인생을 살아야 할 10대들에게 스스로가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이 제대로 역할을 해낼 수 있기 위해 필요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교육을 영어로 ‘education’이라고 한다. ‘밖으로’라는 뜻의 라틴어 ‘ex’ 와 ‘이끌기 위해’라는 뜻의 라틴어 ‘ducere’ 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합성어다. 어원을 따르자면 ‘교육’이란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잠재력과 깨달음을 밖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 키팅 선생은 결국 제자의 자살 문제로 인해 모든 질책을 짊어지고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그를 보내면서 학생들은 책상 위로 올라서서 그를 부르짖었다. 이 영화에 공감하는 이들이 세상에 있는 한 세상은 변화될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 또한 공감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시간적 공간적 배경은 다르지만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과 ‘노동계급의 재생산’의 저자 폴윌리스의 메시지가 공명한다는 느낌이 마냥 든다. 


글쓴이

웨스트라이프. 

세상은 변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 


* 이 글은 '글맛 공방'의 '서평 쓰기'를 수강한 분이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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