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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맛공방 Feb 26. 2021

신문 북섹션 읽는 법

독자들이 가장 신뢰하고 많이 참고하는 신간 정보는 일간지 서평이다. 인터넷이나 길거리에서 공짜로 나누어주는 무가지에서도 신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지식 상품이라는 책의 특성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정론지를 자처하는 일간지가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하는 독자들이 많다. 일간지들은 주로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발행되는 ‘북 섹션’에서 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면 신문은 어떤 과정을 거쳐 책에 대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게 되는 것일까? 어떻게 각 출판사에서 무슨 책이 나오는지를 알고 기사를 쓰는 것일까? 그것을 아는 것은 독자들이 신문 서평을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출판사는 신간이 나오면 독자들에게 책을 홍보하기 위해 보도자료를 각 신문사에 보낸다. 기자들은 날마다 책상 위에 가득 찰 정도로 배달되어오는 많은 보도자료 중에서 기사화 할 것을 회의를 통해 정한다. 기사화 할 책들이 정해지면 기자는 직접 기사를 쓰거나 책의 내용을 잘 아는 사람에게 원고를 청탁한다. 

그런데 기자는 보도자료를 받아본 후 기사를 쓰는 것까지 보통 3-5일 내에 끝내야 한다. 일주일에 적지 않는 분량의 기사를 소화해내야 하는 기자는 책을 모두 읽어보고 쓰기가 어렵다. 그래서 메인 기사가 될 책 2-3권만 빠른 속도로 훑어본 후 기사를 쓰고, 그 외의 책은 보도자료에 근거해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신문사로부터 서평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는 사람도 시간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청탁을 받은 사람 역시 책과 보도자료를 받은 지 하루나 이틀만에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써주어야 한다. 데드 라인이 정해져 있는 신문의 성격상 여유 있게 읽고 사색하여 서평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은 환경인 것이다. 

신문사가 기사화 할 책을 정하는 일차적인 기준은 ‘좋은 책이냐 아니냐’보다는 ‘기사거리가 되느냐 마느냐’하는 것이다. 이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책이면서 기사거리가 되는 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는 말이다. 기사거리가 되기 좋은 책은 트렌드에 부합하거나 대중의 기호와 관심사에 잘 맞는 책이다.  

예를 들어 교황이 사망했다면, 아무리 좋은 책이 발간되었어도 그 책을 보다는, 교황이나 가톨릭의 역사에 관련된 책들을 소개한다. 또한 5월 가정의 달에는 ‘가정이나 가족’에 관련된 책을, 휴가 시즌에는 여행갈 때 읽기 좋은 책을 소개하는 식이다. 

신문사는 공공의 역할을 하지만, 그 역시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하나의 기업이다. 신문사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의 기호에 부합하는 기사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대중의 기호에 부합한다는 것은 ‘좋은 책을 소개한다’는 명분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광고를 의뢰하는 출판사의 책을 크게 기사화해주는 경우도 있다. 주된 수입원이 광고인 신문사는 고객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애초부터 몇 단 짜리 기사를 실어주는 조건으로 광고를 수주하는 경우도 있다. 신문에 크게 보도된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책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졸저 <책 읽는 책>에서 


글쓴이

박민영. 인문작가. 글맛 공방 대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오래 글쓰기 강의를 했다. 『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문내공』 등 글쓰기 책과 『반기업 인문학』,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등 인문사회과학서를 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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