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맛공방 프로그램을 운영한지 벌써 4개월째네요.
사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은 코로나 탓이 큽니다. 코로나 때문에 강의들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니까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전업작가들이 이 때문에 적지 않은 경제적 타격을 받았을 거에요.)
그 전부터 이런 프로그램을 한번 운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오랫동안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강의보다는 과제 수행 위주의 프로그램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것이 코로나 사태와 겹치면서 시작해버리게 된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긴가민가 하긴 했습니다. 이게 될까? 동영상 강의도 아니고. (아무래도 사람들은 '글쓰기 수업' 하면 강의를 주로 생각하니까요. 그게 익숙하기도 하고.) 이렇게 교재를 주고, 수강생들이 과제를 하면, 그것을 봐주는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하려고 할까 잘 모르겠더라고요.
강의야 그냥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되지만, 이 프로그램은 과제를 해야 하는데, 수강생들이 과제를 열심히 할까?
일단은 수강생들의 의지를 믿고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글쓰기를 배우려고 오신 분들이니, 그래도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었지요. 프로그램 특성상 많은 분을 받을 수 없어, 소수만 받았고, 1기, 2기 모두 정원을 채웠습니다.
이제 고작 두 번 해봤으니, 뭐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그래도 시작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수강생 대부분이 열심히 과제를 해주셨거든요. 물론 저도 나름대로 성의껏 첨삭과 코멘트를 해드린다고 해드렸고요.
강의와 달리 서로 글을 주고 받으며 가르치는 것이라....수강생과 밀착되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과제와 코멘트를 주고 받는 것이지만.....그것도 글은 글이라.....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강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서적 교감도 나누게 되더라고요. 한분 한분의 개성도 느껴지고요.
무엇보다 수강생 분들 대부분이 너무 열심히 과제를 해주셨습니다. (심지어는 과제마다 '한 편의 글'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글을 쓰신 분도 계세요.) 매주 받는 강의안이 기다려진다고 하신 분도 계시고. 매주 과제하는 것이 즐겁다고 해주신 분도 계시고.
수강생들이 보내온 과제물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그것을 쏟아낼만한 적절한 계기가 없어서 그렇지....가슴 속에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으셨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생각이 정돈이 덜 된 부분도 있고, 표현이 거친 부분도 있지만 대개는 자기 내용을 갖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생각하지 못한 신선한 사유를 드러내보이시는 분도 봤고요.
과제를 하다 보면....제가 강사라는 것도 잊고, 독자 모드로 과제를 읽은 적도 있습니다. 저는 즐거워서 꼼꼼히 읽은 것인데 수강생 분들은 자신의 글을 누군가 꼼꼼히 읽고 그에 대해 말해주는 것 자체에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속적으로 잘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이런 방식으로 수강생들과 만나는 즐거움이 큽니다. 그래서 하는 동안 만큼은 저도 열심히 해보고자 합니다.^^
글쓴이
박민영. 인문작가. 글맛 공방 대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오래 글쓰기 강의를 했다. 『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문내공』 등 글쓰기 책과 『반기업 인문학』,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등 인문사회과학서를 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