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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맛공방 Mar 06. 2021

꿀잠은 영혼을 살린다

수면 장애는 각종 질병의 원인 중 하나이며 전 생애주기에 영향을 미친다. 의학전문지 보도에 의하면 불면증은 소아 당뇨병, 소아 복부비만, 알츠하이머 병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수면 장애, 국가 건강까지 위협한다」, 『MEDICAL Observer』, 2014년 8월 30일). 이러한 연구결과에 기반하여 정부는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시행하여 국민 개개인의 건강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그러면 국가재정에서 보건의료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남편이 가끔 재택근무를 하고 아들은 아예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아들은 아르바이트로 틈틈이 번역을 하는데 불면증에 관한 논문초록을 영어로 번역했다. 그 후 아들은 수면무호흡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남편이 잠깐 눈을 붙인 사이에 아들은 아빠 코에 손을 대본다. 숨 쉬는 게 안 느껴진다. 아들은 아빠가 수면무호흡증인 것 같으니 수면클리닉에 가 볼 것을 권유했다. 남편은 코를 골면서 자기 때문에 나와 아들에게 자주 핀잔을 들었다. 나도 남편이 수면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아들의 충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2주마다 가는 정신의학과 병원 원장님으로부터 병원을 추천받았다. 수면은 정신의학과 관련이 깊다. 남편은 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수면장애검사를 시행했다. 예상대로 검사결과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받았다. 수면장애는 5단계로 구분하며 5단계가 가장 심한 상태다. 다행히도 남편은 3단계로 진단받았다. 처방은 양압기를 쓰는 것이다. 양압기는 잠잘 때 압력을 높여주는 기계다. 다시 하룻밤을 자면서 양압기를 개인에게 맞추는 검사를 시행하고 기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양압기를 사용한 즉시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 수면의 질이 좋아지니 낮에 졸리는 정도가 나아졌다고 했다. 남편의 혈색이 좋아졌고 아무 때나 누워서 자는 게 눈에 띄게 줄었다. 양압기 사용 후 긍정적인 효과가 나오자 아들과 남편은 나에게도 한 번 가보라고 권했다. 수면장애가 국가가 정한 질병으로 정해짐에 따라 양압기 사용료에 건강보험료가 적용되어서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무분별한 검사를 방지하기 위하여 병원에서 검사결과 수면장애가 아니면 검사비를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2007년에서 2010년까지 이집트에서 아들들과 지낼 때 저녁에 잠이 오지 않아서 맥주를 마시고 잠을 청하기도 했다. 대부분 누워서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아들이 불을 꺼주는 그런 생활을 3년이나 했다. 2013년 8월에 캄보디아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는 시차 2시간이 극복이 안 되어서 몇 달을 고생하기도 했다. 너무 괴로워서 ‘이집트 시차 7시간이 캄보디아 시차 2시간 보다 낫다’라고 할 정도로 힘들었다. 매일 새벽 3시에 자동으로 눈이 떠지고 화장실에 가야 했다. 눈만 떠지면 문제가 덜한데 생리현상이 동반되니 잠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밤에 잠깐 눈을 붙이고 그 더운 곳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것은 괴로웠다.      

나의 수면장애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저녁을 충분하게 먹었다고 생각하지만 한밤중에 배가 고파서 잠이 깬다. 되짚어 보니 한 밤 중 허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에도 밤중에 배가 고파 고생했다. 배가 고프지만 허기가 사라질 것 같아서 참는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에는 일어나서 뭔가를 먹어야 잠을 잘 수 있다. 한밤 중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 두유, 물에 타먹는 단백질, 포도당 등을 구비해 놓고 자다가 배가 고프면 참지 않고 바로 일어나서 먹었다. 이유는 다음 날 나는 출근해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자야만 한다. 정 잠이 안 오고 누워있기도 힘들면 수면에 도움이 되는 한밤중 요가도 했다. 그러다 잠이 오면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      

나의 수면을 가장 괴롭히는 원인은 해외출장이다. 특히 밤 비행기를 타야 되는 상황이 되면 최악이었다. 좁은 비행기 안에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자지도 못하고 몸은 지쳐간다. 도착하자마자 정해진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우리 회사 출장은 스케줄이 빡빡하기로 유명하다. 우리회사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한다. 유엔회의에 참석하러 뉴욕에 가지 않는 이상 예외 없이 출장지는 개발도상국이다. 사업대상지가 지방일 경우 업무 강도는 때로 상상을 초월한다. 심할 경우 4륜 구동차의 바퀴만 굴러갈 수 있는 길을 가기도 한다.     

작년 말 수면장애가 심해져서 하루에 4시간만을 잘 수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10시에 잠이 들면 새벽 2시에 잠이 깼다. 새벽에 깨지 않기 위해서 밤 12시까지 기다렸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불면을 해결하기 위해서 카페인을 아예 끊기도 했는데 효과가 많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카페인과 무관하게 수면의 질은 향상되지 않았다. 카페인도 불면증의 주요 원인이 아니면 무엇이 문제일까. 잠을 잘 자기 위해서 베개도 여러 개 구매했다. 숯베개, 가누다 베개, 목침, 독일의 블랙롤베개 등이다. 베개를 바꿔 봐도 해결이 안 되었다.      

수면무호흡증의 주요 원인은 체중, BMI(비만도측정 지수), 복부비만 등이다(강현희 외, 2012,). 나의 체중과 BMI, 복부비만은 정상 범주에 속하지만 남편이 양압기 효과를 보자 나도 수면클리닉을 방문했다. 검사결과 나의 수면의 질은 5단계로 최악이었다. 의사도 놀란다. 나와 같은 케이스는 5천 명 중 한 명이란다. 인간은 수면 중 상기도를 확장시켜 호흡을 원활하게 하도록 되어 있다(문화식, 1995). 하지만 나는 수면 중 상기도 확장이 안되어서 수면 무호흡증이 발생했다.      

나도 남편처럼 양압기 처방을 받았다. 양압기 사용 후 수면의 질이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 중 입이 벌어져 입으로 숨을 쉬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입으로 숨을 쉬면 입이 마르고 잠이 깬다. 양압기를 끼고 있어서 다시 일어나기도 불편하다. 반수면 상태에서 다시 입안을 촉촉하게 하고 나서 잠을 청한다. 의사는 입이 벌어지지 않게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자라고 처방했다. 테이프 한 개를 붙여서 효과가 없자 3개로 입을 막았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테이프를 붙여 놓으면 2-3분 후 입이 빵빵해지면서 입이 벌어지고 자연히 입을 벌릴 수밖에 없는 현상이 나타난다. 수면 중 입벌림 방지를 위하여 턱끈을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집에 있는 끈을 턱끈 대용으로 사용해봤다. 턱끈을 사용하니 입으로 숨을 쉬는 횟수가 줄었다. 삼성스마트워치는 수면 효율이 94%라고 알려준다. 나는 정말 기뻤다. 드디어 불면증이 해결되었다. 양압기와 턱끈이다. 의사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연구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가 없다. 내가 스스로 내 현상을 관찰하고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글쓴이

백숙희. 

사는 것처럼 살려고 책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면서 소통한다. 


* 이 글은 글맛공방의 '에세이쓰기' 프로그램을 이용하신 분이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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